잤었던 여자, 잘 수 있는 여자

1. 속어로 ‘너무 대주지 말라’ 라는 말이 있다. 섹스는 남녀가 합의하는 것인데 한쪽이 한쪽에게 준다는 개념도 싫고, 주든 말든 뭔 상관인가 싶었는데 요새 들어 곰곰 저 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왜냐면 남자들의 사고방식을 보다보니까, 근거가 있는 경고인것 같아서.

2. 남자친구가 없을 때 아무 관계도 아닌 사람이랑 섹스해본 적이 있다. 한 번은 그 사람과 섹스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였고, 다른 한번은 당구내기를 졌기(?) 때문이다. 두번 다 술은 마시지 않고 말짱한 상태였으며, 상대방이 온갖 화술을 섞어 유혹하는 걸 눈치챘다. 근데 그게 좀 귀엽고 웃기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자보지 뭐 이렇게 결심했다.

3. 그 두번의 경험에서 얻은 것은, 내 경우엔 역시 감정을 속속들이 공유하는 사람과 섹스할 때가 훨씬 좋다는 거였다. 낯선 장소랑, 낯선 사람 앞에서 맨정신으로 내 나신을 드러내고 상대방의 몸을 보고 합을 맞추는 것. 하나하나의 단계가 신경쓰였고 결과적으로 몸을 덜 열리게 만들었고 섹스를 덜 즐기게 만들었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는 아무나랑 자지 않게 되었다.

4. 문제는 상대방들이다. 섹스 하기 전부터 나랑 오래 알아온 사이였고, 나를 헤프다는 식으로 취급한적 없으며, 지금도 잘 알고 지낸다. 근데 가끔 한번씩 내게 농담삼아, 우리 다시 한번 잘래? 라고 말을 건넨다. 심지어 남자친구가 있는걸 아는데도 그런다. 남친 있는 기간에 너랑 자는건 예의가 아니고, 지금 내 섹스라이프는 충분히 즐겁다고 말해도, 약간의 텀을 두고 늘 내 기분을 떠본다.

5. 여자한테 원나잇 상대는 그냥 하루 좋았던 상대다. 하루 이상 갈만큼 좋았으면 여자가 또 자자고 했을 것이고, 계속 자다보면 그냥 사귀자고 했겠지. 근데 남자들한테는 ‘내가 잤었던 여자=사귀지는 않지만 언제든 자신과 한번 더 잘 수 있는 여자’ 의 공식같다. 섹스파트너의 존재를 폄하하는게 아니고, 상대방이 싫다는데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고방식은 어른답지 못한 태도라는 것이다.

6.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번 한샘 사태를 보며 같은 사건을 두고 남자와 여자의 시각이 저만큼 다르구나 생각했다. 처벌의 문제가 있으니 상황을 유리하게 진술한 부분도 있겠지만 남자는 여하튼 ‘모텔까지 자진해서 들어온 나랑 좀 자고싶어하는 앙큼한 여자’ 를 다룬 것처럼 진술을 했다. 반면 여자에겐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7. 아무 여자나 자고싶은 남자들이여. 열심히 나무 밑둥을 찍어라. 다만 여자가 강력하게 노! 라고 말했을 때는 수긍하고 물러나라. 진짜 눈치없는 놈, 내지는 준강간범이나 강간범 타이틀을 달 수 있다. 남자가 입증에 불리한걸 알면서도 왜 덤비나.

8. 부모님은 한샘 사태를 보면서, 여자 쪽이 방 안에 들어간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남자가 뭐라하든 들어가면 안됐었다고. 덧붙여 가해자 ㅈ을 잘라버려야 한다고 하셨다. 행여나 직장 상사에게 저런 일을 당하면 인사팀 이런거 거치지 말고 아빠한테 말하라고. 바로 달려가 배때지를 쑤셔버린다고 (..)

9. 지나간 섹스는 그저 지나간 섹스일 뿐. 여자 쪽에서 그대 연락을 받는다고 해서 또 잘거란 착각 금지.

덧글

  • 2017/11/09 00:36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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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9 22:54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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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9 10:24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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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9 22:55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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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9 12:39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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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9 23:02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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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촌 2017/11/09 18:26 #

    이번 일이 무혐의로 끝나면 모텔에 제발로 들어가면 강간해도 된다는 말이 되는 거니까 그게 너무 걱정돼요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나든 앞으로 모든 회사에서 문제의 싹을 처음부터 잘라버리기 위해 여직원 채용을 기피하게 될까 우려도 되고요
  • deure 2017/11/09 23:08 #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아서 뭐라고 못하겠지만. 예전에 법전 살짝 훑어본 학과여서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강간에 대한 저항의 범위가 진짜 애매하고 좁았어요. 예를 들어 내가 이 사람의 강제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을 찔렀는데 실명이 됐다. 이러면 제가 손해배상을 해야돼요 ㅋㅋㅋ 어이없죠. 얘가 강간을 하고 나를 살려둘지 죽일지도 모르는데, 상황 봐가며 반격을 하란거죠. 그래서 저는 그냥 일찍 디니고 클럽 안가고 술 안마시고 회사 사람이랑 엮일 껀덕지를 차단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흉흉한데 자기방어는 그런 식으로 밖에 할 수 없네요..
  • 2017/11/09 20:10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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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9 23:08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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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10 05:06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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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10 12:28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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