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결혼하기 좋은 나이

1. 어제 집에 들어갔더니 어머니 표정이 몹시 묘하셨는데. 이유인즉슨 선 자리가 들어왔단다. 그래서 남자친구도 있는데 왠 선이냐고 여쭤보니까, 어머니 친구의 친구분이, 엄마를 보시더니 미인이라며 혹시 딸이 있느냐고 물어보시더란다. 몇살이고 뭐하냐고 자꾸 호구조사를 하길래 왜그러시는가 했더니 아들이랑 짝지어 준다고 (..)


2. 근데 어머니가 들어보니까. 가톨릭 의대? 나온 외과의사에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장동건 뺨치게 잘생겼단다. 상대방 집에서는 여자가 예쁘고, 얌전하고, 집에서 알뜰살뜰 살림하고 그 정도만 잘하면 된다고, 결정적으로 시어머니 얼굴에 '나 착함' 이라고 쓰여있었다고 -_-;;;;;;


3. 일단 여기서 간과한 것이 어머니가 미인 = 딸이 미인, 의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장동건 뺨을 치는데 키도 크고 성격도 좋고 잘생기기까지 한 남자가 있을지도 의문인데, 있다고 치면 과연 그런 사람을 그 나이까지 여자들이, 간호사들이 내버려 두었겠는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래서 여쭤보니 같은 직장 내에서 만나는건 뭔가 피곤하고. 자기는 수술하는게 정말 좋고. 그래서 그냥 집안일만 잘 봐줄 수 있는 '몹시 예쁜 여자' 면 된다고 (..)


4. 개인적인 생각인데 의사 분들은, 가정적인 여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 요즘도 부유한 집안에서 의사 사위를 보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 혹은 어머니께서 만나본 의사분들은 대개 집안이 이미 먹고 살만한 상태여서 본인 능력이 되는데 뭣하러 여자쪽에게 바라냐는 입장들이었다. 다만, 예나 지금이나 오지게 바쁘고, 의료수가는 너무나도 이상한 금액이기 때문에, 남편을 돈 버는 기계로 취급허지 않고, '가끔 집에 오는 남편, 휴일에 쓰러져 자는 아빠' 지만 상관없이 사랑하고 아껴주면 그게 최고다 - 라는 입장인것 같다.


5. 어무이께서 지금 하필 연애를 하고 있어서 이게 뭐냐고 투정부리시길래. 뭐 장동건 닮은 수려하고 키크고 능력좋은 의사 사위를 놓쳐서 (..상상속의 동물인가) 서운하신건 알겠는데. 그냥 내가 남자친구가 없다는 가정하에 생각해보다면. 그 정도 갖추신 분이 과연 왠만한 예쁨으로 만족할까 싶기도 하고. 정확히 어느쪽 서젼인진 모르지만 손 감각이 날카로운 40대까지는 정말 쉴새없이 바쁠게 아닌가 (..) 물론 휴일날 가끔 애를 '보고 갈 수는' 있겠지만.. 가사는 일백프로 내 책임이 되는 것인데, 나도 초보 와이프인 마당에 그이 맘에 들 정도로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될것 같다. 남편이 돈을 많이 번대봤자 살림하는 입장에서 내맘대로 쓸 수도 없을 것이고, 뭔가로 고민스러울때도 옆에 없으니 혼자 결정해야할테고. 즉 남편될 사람을 만나자마자 '사랑' 하지 않는 이상 '집사' 로 들어가는것과 다름없는데 흠 (아니 그렇지만 장동건이라면 바로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지..)  


5-1. 사실 엄마가 이런 사윗감을 선호하는 것은 내가 전문직이 아니어서 먹고사는데에 '지장이 있을것 같은 사람' 이기 때문이다. 나보고 늘 능력을 갖춰서 '혼자도 잘 살 수 있을만큼 자기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분이 왜 자꾸 '전업주부' 를 원하는 사윗감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다. 모순적이랄까... 딸이 자립한 여성상이길 바란다면, '결혼하고도 일하는 여자' 를 바라는 남잘 선호하셔야 하는거 아닌가.


6. 어쨌든 요즘 대중적인 어머님들의 생각에 예쁜나이 = 결혼하기 좋은 나이= 28살. 결혼하기 좋은 여자 = 얌전한 여자 구나 싶었다.  역시 여자는 나이가 깡패 ㅠㅠ 


7.  서른둘이 스물여덟을 바란다면... 내가 서른둘 되도 서른 여섯이나 마흔이랑 만나면 수요 공급 법칙이 맞는거 아닌가 -_-.......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입장인데. 주위에서 자꾸 결혼결혼하니 나도 걱정스럽다. 자평하건대, 나는 전문직도 아니고, 허영심도 많고, 아는척 있는척 허세부리는 것도 좋아하고. 원하는 부분에 있어서 고집도 세고. 아직도 하염없이 아이 같은데, 그런 내가 결혼을 하는게 괜찮은 일인가. 괜히 말짱한 남의 인생하나 망쳐놓는것은 아닌가 늘 우려가 된다.


8. 이런 부분을 남자친구에게 다 이야기하고, 우리집은 이러이러한 집이고, 오빠는 그에비해 너무 반듯한 사람이고, 나는 많이 부족해서 어떨지 모르겠다- 라고 얘기했더니. 괜찮으니깐 이왕 망칠거면 자기 인생을 망쳐달라고 한다 (..) 


9. 내가 괜찮은 인간인지 이상한 인간인지 바보같은 인간인지 분간이 안간다. 셋 모두 조금씩 가지고 있는것 같긴한데.. 나이가 들수록 장점의 비중이 커지길 바랄뿐이다. 현명해지고 단정하게 입고 예쁘게 말하고.. '나는 원래 이렇게 태어났어' 라고 포기하지 않고 모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을 자꾸 쇄신하는 사람이 되고프다. 지금은 그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남자친구라 고맙다.


10. '이해' 라는 것은 어려운 대목이다. 내가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게 가당키나 한가.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고' '감수' 하는 것이 이해와 가장 비슷한 정도의 느낌이지 않은가 싶다. 남자친구가 나의 많은 것들을 감수하고, 받아들이고, 끈기있게, 참을성있게 대해주듯 나도 그렇게 대할 수 있기를... 내가 그 사람에게 더 다정하고 따듯하고 배려심있게 굴 수 있기를 바란다.


11. 아니 근데 그냥 장동건 닮음 의사쌤은 한번 보기라도 하면 안되나영(..) 눈이 즐겁고 싶습니다!!!

삼포세대와 결혼

1. 주위에서 결혼하라는 종용이 들어온게 스물 여섯때였던거 같다. 취업한 직후였는데 그때까지 직장 물어보시던 친척들이 이제 남자친구를 물어보기 시작. 다행히 늘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여서 잘 사귀고 있다고 답변했는데 한 육개월 정도 솔로기간이 생겼었다. 그때 친척들 보러가자마자 곧바로 나온 얘기가... 너 나이때 헤어지면 어떻게 결혼을 하냐. 남자 소개시켜줄까 였다.

2. 아직도 마음은 고3같은데 결혼이라니 이 무슨 말이오.. 처음으로 명절 스트레스를 겪었고 시골어르신들의 보수적인 마인드(?) 를 실감했다. 스물여덟 때에는 온 친척들이 잔뜩 긴장하며 물어보는데...파니핑크가 생각났다. 서른 먹은 노처녀가 연애하는 것은 길가다 원자폭탄 맞는 일보다 더 어렵다고.... 근데 고놈의 영화는 95년도 작이고 지금은 다르당게요....

3. 남자친구는 정식으로 프로포즈한 적이 없지만 결혼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자주 입에 올리는 편인데 정작 내가 겁난다. 남자친구에 비해 벌이도 적고 전문직도 아니고. 아무리 개인화가 많이 됐다지만 엄연히 집안 얘기도 오고갈텐데 내게는 그 과정이 굉장히 하드코어하게 느껴진다. 현실적으로 말하건대 결혼은 곧 경제력이다.

4. 주위에서는 이야기 한다. 내년이나 내후년 된다고 무슨 큰 변화가 있을것 같냐고. 별거 없다고. 좋은 사람 있으면 그냥 결혼하라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굴러가게 되어있다고 -.-;;; 근데 난 드레스비용부터 식장까지 겁나는게 너무 많다. 결혼해서 경제권 문제도 그렇고 부모님도 계속해서 보살펴 드려야 하는데 지금 결혼이 내게 괜찮은 선택일까 과연.

5. 약혼식 규모로 작게 다소곳 하게 하고싶은데 흠...드레스비용이랑 스튜디오 사진 제끼고 메이크업이랑 부모님 한복 정도. 예물은 생략하거나 저가로 하고. 대신 밥은 맛있게. 시어머니 시아버님께 간소한 선물 정도랑 양가 70명 정도로만 하면 이천만원 안쪽에 신행비까지 끝낼 수 있을테니 좋겠는데... ㅠㅠ 괜찮을지 어떨지 답이 안 나온다..

6. 나 혼자 하는것이 아니라 더 어려운 결혼!!!!!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이야기하자

1. 이글루스 연애글 중에 둘이 만날 땐 좋은 이야기만 하라는 글을 읽었다. 회사에서 있었던 고충이나 친구들 험담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냐는 내용이었다. 나도 일하기 전에는 저런 이야기에 동의했었다. 영화나 정치나 종교나 사회의 다른 부분에 이야깃거리는 엄청나게 많으니까. 우리는 늘 좋은 이야기만 하하호호 웃으면서 하면되지 뭐.

2. 근데 살아보니까 꼭 그게 현명한 연애는 아니었다.... 설명하자면 '아니 내가 남자친구한테 이런 하소연도 못하나...' 의 느낌이다. 회사에서 생긴 트러블을 부모님께 이야기하면 걱정하실테고 직장동료랑 나누는건 위험하며, 그냥 친구들한테 털어놓자니 좀 뜬금없다. 그러니 늘 나랑 대화를 하고 내 상황을 아는 사람한테 털어놓게 되는 것이다.

3. 그밖에 다른 이야기들도 비슷한 패턴으로. 이런 이야기를 애인에게 털어놓을 때는 그냥 나의 대숲이 되어달란 뜻이다.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들을 수도 있고.. 이 사람에게 털어놓는다고 현상황이 달라지지 않음을 알지만 그냥 토해내는 것이다.

4. 상대방입장에서는 이게 굉장히 귀찮고 짜증날 수도 있겠는데.. 난 이걸 제대로 못해주는 애인과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면 연애의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가 이런부분이라서다. 정확히는 관심과 배려의 연속인데..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는 것, 그리고 내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는 것은 '관심'의 문제다. 내가 너의 상황에 이마만큼 관심이 있다는걸 보여주고 나아가 내가 당면한 관심사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게 귀찮으면 걍 좋아는 하는데 사랑은 하지않는 것이고 연애는 되도 결혼은 안되는 것이다.

5. 모든 연애가 깊을 필요가 없고, 모든 연애의 끝이 결혼일 필요도 없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결혼은 연애의 하드코어 버전으로.. 데이트가 매일매일 현재진행형이 되는 것인데... 고작 내 속내 하나 들어주지 못하는 사람과 하드코어 라이프를 잘 지켜나갈 수는 없을것 같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네 징징댐을 들어주지 못하는 애인과 결혼은 어렵다는 것. 물론 너무 많이 징징대면 그 전에 내쳐질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6. 좋은 얘기만 하고살 수 없다. 내가 사실은 개허세쟁이에 가진것도 부족하고 아버지께서 한때 날렸던 과거가 있고 어머니께서 아프시다는 사실... 뭐 그런것들도 어느순간 담백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괜찮은 애인 사이같다. 물론 그렇게 털어놓는게 쉬울리 없고 안아플리 없고 안두려울리 없지만. 상대방도 인간인 이상 어느 정도의 문제는 가지고 있을테니 다투고 실갱이를 하면서 니속내 내속내 드러내는 것이 좋다.

7. 내 전남자친구는 상당한 야심가로 우리집이 굉장히 잘사는 것으로 알았었다. 자신이 생각하는것만큼 부유한 재정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안 이후에는 굉장히 아쉬워했으며 '너'는 내조를 잘해줄것 같아 참 좋은데 집안관점으로 볼 때 결혼에 대해서는 좀 어렵겠다는 솔직한 답변을 주었었다. 자신이 일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처가의 몇촌친척까지라도 다 동원하겠다는 마인드의 사람이라 곧바로 수긍하고 이해했다. 그렇게 선을 긋고 만났기 때문에 외려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재밌게 딱 일년 사귄다음 헤어졌다. 헤어질땐 좀 속상했지만.

8. 그 후에 새로만난 남자친구는 나의 그런 마이너스적인 부분까지도 모두 이해해준다. 설령 내게 사채를 썼대도 갚아줄 의향이 있다는 남자. 말이라도 고맙고 기특하고 어쩔 수 없이 정이 간다. 제 귀염은 제가 받는다고 해야하나 :)

9. 남자친구는 돈에대해 늘 호탕하게 말하는것치고 굉장히 아끼는 사람이다. 십만원 가량의 미식은 하는데 실제로 그만한 물건을 사들이기 전에는 수십번 생각하는것 같다. 난 반대로 물건은 사는데 음식값은 아까워해서 ㅋㅋㅋㅋ 남자친구는 날 먹여주고 나는 남자친구에게 가끔 선물을 한다. 이런 남자친구가 오래도록 찾던 가방이 있었더랬다. 지금 매는 가방은 어깨 부분이 조금씩 낡아가는 것으로... 개인적으론 금융업 종사자가 이래도 되나 싶은 정도였다. 그도 그럴게 내가 아는 금융가 사람들은 악어가죽 백을 육백만원에 주고 사들인다거나 능력은 팔목에서 나온다며 제니스 시계를 덜컥 사들이는 이미지여서.... 남자친구의 검소함이 좀 신기했고 걱정스러웠다. 투자해주시는 분들이 실력이 아닌 옷차림을 본다면!! 가방바꿀 돈도 없나 하고 의심할까봐!!!!

10. 무튼간 딱 그 모델인 가방이, 텍만 제거한 상태로 중고나라에 등장해 2분만에 겟잇(키워드 올려놓음 ㅋㅋㅋ) 했다. 남자친구 집주소를 배송지로 써놓고 남자친구한테 미안한데 우리집에 못보내는 거라구 대신 택배 좀 받아달라고 쇼를 했다. 재밌는건 이부분인데... 그 택배 보내주시는 분이 최근에 보청기를 사셨는지..... 그 가방을 보청기 박스에 넣어서 보내주신거다. 상자를 받아본 남자친구는 크게 당황했고 혹시 내가 이른 나이에 청력을 잃어가는 중이 아닌지 걱정해주었다 ㅋㅋㅋㅋㅋ 만약 보청기를 써도 여전히 사랑할거라며 깨알 감동도 줌 ㅋㅋㅋㅋㅋ

11. 택배를 뜯어보라는 말 이후 사건은 남자친구의 폭풍감동(?)으로 훈훈하게 종료되었는데...(내가 gtx1080 받으면 보일법한 리액션이었다 ㅋㅋㅋㅋ) 결국 여러번의 연애를 통해 얻은 교훈은 내 부족함이나 병맛을 포함해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하니.. 좋은 이야기도 별로인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을것!

결혼하기에 좋은 사람

1.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결혼하기 좋은 남자라는 생각을 한다. 일단 성실하고 직장 잘리면 뭐할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있고 어른들께 예의바르지만 엄청난 효자는 아니고 여자와 아이에게 친절하며 나에게 무지무지 잘해준다. 회사 끝나면 매일 데리러 와주고 요새 우리 너무 많이 보는것 같아, 내 시간이 없어. 라고 징징대면 데이트 월차줄테니까 좀 쉬라고 한다. 맛있는것도 잘 사주고 내가 신경질이나 변덕을 부려도 다 받아준다. 육아나 살림에도 관심이 있으며 향후 '내가 돈을 벌테니 당신은 가사를 돌보시와요' 라고 말해도 두말없이 오케이 외칠 스타일이다.

2. 그러니까 감사한 일인데 이 감사라는게 99퍼센트의 감사다. 왜 1프로가 빠지느냐면.. 그것은 전적으로 내 변덕스러운 기질 때문인데... 내게 너무 잘해줘서 부담스럽다. 난 그동안 내가 더 잘하고 내가 더 불타오르는 연애를 해와서 그쪽에 익숙한데 받는 입장이 되어보니 편하고 즐거운 동시에.... 어쩐지 부담스럽다. 연애는 누가 더 잘하는가 따지지 않는 거라지만 이 사람이 내게 해주는 것의 몇 프로를 되돌려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결정적으로 내가 무슨짓을 해도 대부분 오케이를 해주니 긴장감이 없다.

3. 그러니까 예전의 헌신적인 나를 보는것 같다. 그때 내 남자친구들은 넌 정말 결혼하기 좋은 여자야. 라고 말한다음 모조리 떠나가서 몹시 빡챴었는데 이제와서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가사나 육아를 잘할것이고 시댁한테도 잘할 것이지만 어차피 연애하는동안 중요한 부분이 아니니... 쉽게 말해 재미 없다는거다. 생각해보니 나는 결혼 적령기니까 결혼하기 좋은 남자를 만나는게 좋을지도 모르는데 왜 자꾸 연애하기 좋은 남자를 바라게 될까!! 그래서 남친한테 좀만 더 내 취향으로 날 막대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던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지 말라고!!!! 그렇게 버팅겨서 뭔가 매력적이고 바쁘고 나에게 관심없는 시크남을 연출해보라고!!! 그러나 본인은 그런것 못한다고 함 ㅇㅇ

4. 미안..난 진지충이라 밀당 못해..... 하는데 귀엽긴했다. 괜한 트집이나 땡깡으로 반나절 쯤 고생시킨 다음엔 이 남자가 금세 기특하고 고마워진다. 그런 패턴이 무수히 반복되고 있는데 이거 괜찮은걸까... 확실히 내가 변태인지도;;; 무튼. 예전엔 몰랐는데 밀당은 연애의 중요한 기술이다. 서로의 긴장감을 돋워주고 상대를 더욱 사랑하고 애타게 만들어주는 기술. 분명히 말하지만 연애에는 권태기가 있고 그걸 잘 넘기려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것과 성격의 조율, 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너무 다 알려주면 좋지 않다는 어른들 말씀은 충분히 근거있다.

5. 어쨌든 약간의 세뇌를 당해 오빠라면 애를 잘 돌보겠지, 전쟁이나 재난상황에서 든든하겠지, 집 인테리어를 이렇게 하면 좋겠지, 우리는 책의 이런 문제들을 두고 토론하겠지 등등...결혼했을 때의 시나리오를 써보게 되는게 함정. 엊그제는 우리집에 초대해서 샤브샤브를 만들어줬는데 이런 거 먹은지 오랜만이래서 조금 찡했다 (남친은 외지생활 십몇년차) 전골이나 닭도리탕 좋아하는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잘 못해먹는다고 말할때나 혼자살면 외롭다고 같이 살고싶다고 말할때나 언제 자기 애기(?) 낳아줄거냐 물을 땐 기막히기도 하고 또 안쓰럽기도 하다.

6. 나이들어보니 문득 든 생각인데 외로워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연애, 돈, 일

1. 지난번에 남자친구가 우리동네 이마트에 오더니 문득 주류갤러리에서 본 술을 찾더라. 새 그림이 그려진 술인데 페이머스 그라우스 라는 이름이었다. 브랜드 것은 있었으나 본인이 찾는 것은 멜로우 골드 버전이라 이맡 트레이더스에서만 판다는데... 트레이더스가 외곽 쪽들에만 있어 찾아 가기가 너무 멀다고 했다. 그렇구만 생각해놓고 넘겨버렸는데

2. 오늘 외간남자랑 서울 한바퀴를 돌다가.. 그분을 일산에 바래다주면서 문득 고놈의 술 생각이 났다. 일산 이맡 트레이더스에 갔더니 딱 네병 남아있었다. 위스키 주제에 가격도 저렴했고 남친이 찾던 버전인거 같았고 칠면조같은 새 그림도 맞는거 같아서 냅다 집어왔다. 그 버전이 아니면 뭐 내가 먹지라는 생각이었다.

3. 남친 집앞에 가서 요고봐라 짠!! 하구 앵겨줬더니 너무 좋아했다. 사실 첫 반응은 '자기 이걸 어떻게...왜 그랬어' 라고 해서 뭔가 혼나는 기분이 들었다. '먹고 싶던거 아니야? 좋지 않아?' 했더니 너무 고마운데 표현을 잘 못하겠다고 했다. 여자친구한테 선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내가 뭘 줄때마다 감사하고 기쁘다고 한다. 난 그게 또 귀여워서 오빠가 뭔가 필요하다고 말했던걸 기억했다가 사다주게된다. 지인은 내가 남친을 잘 조련하는것 같다고 했지만... 내 생각에 내가 조련당하는거 같다 ㅋㅋㅋㅋ 어쨌든 반응이 귀여워서 담에는 (바꿀 예정이라는) 무인양품 거위깃털베개를 사다줄까 한다. 이맛에 남자들이 돈벌어서 여친 선물해주나보다 ㅋㅋㅋㅋㅋ

4. 그러고보니 남친이 자기는 선물해준적만 있다면서 말실수 한 적이 있다. 예전 여자친구한테 명품 지갑을 선물해준적있다구!!!!! 순간적으로 힝 나는(!!)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나의 세속적인 부분이 챙피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웃었다. 지금 쓰는 내 지갑은 전남자친구가 내 취향으로 맞춰준 코도반 지갑인데 관리가 어려워서 그렇지 예쁘다. 아직 말짱하기도 하고 바꿀 생각은 없는데 혹 선물받는다면 모를까 명품은 역시 갖고싶은 동시에 겁나 돈 아깝다.

5. 명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엄마가 곧 이탈리아 여행을 가신데서 면세점 구경할 겸 시내에 나갔었다. 신세계 본점에서 가방들을 보다가 동시에 예쁘다!!!고 외친 레몬색깔 가방이 있었다. 한정판 색상이라서 하나 남았고 어쩌구 하더니 1620만원 이랬다 (..) 이 가방 원가는 얼마일까 고민하고 있는데 어무이가 웃으시면서 '야 그냥 차를 한대 더 굴려라 ㅋㅋㅋ' 하셔서 빵 터졌다. 이탈리아 장인한테 십분의 일만줘도 똑같이 만들거다. 애초에 이런 사치품은 디자인과 상표값이지만..

6. 갖고싶은게 많아지면서 부모님께 해드리고 싶은게 많아진다. 고딩때 성격이 별로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샘송에 취직하더니 상여로만 2000을 받길래 배가 아팠다. 대기업 들어간 남사친들은 취업2년차에 벌써들 전부 결혼하는 중이고. 여자인 친구들도 삼년 정도 다니니까 칠천은 너끈히 모으던데 나는 아껴봤자 자잘자잘하다. 하기사 씀씀이로도 부모님과 자주 부딪혔는데.. 어머니는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 대학 들어간 사촌동생에게 100만원 정도 내어주라 하셨고 내 입장에선 월급대비 상당한 돈이라 70만 주겠다고 했더니 정없다고 혼났다. 요번에 여행 갈때도 용돈 드린다구 말했다가 얼마 줄거냐고 물어보시길래 오십만원 드린다고 했다가 야박하다고 욕 먹고 백만원 드렸다. 이 어려운 시기에 이백만원이라니!!!

7.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참 편하고 올해는 송무를 배우겠지만...결국 그걸로는 좀 부족하다. 어쩔 수 없이 부업 전초전에 돌입해서 지인이 일한번 배워볼테냐 했을때 얼른 대답했다. 부동산pf 논문부터 차근 읽기 시작하는데 재밌다. 물 들어 올때 노 저어야지. 언제까지 회사 다닐수만 없는 노릇이고. 올해는 좀 바쁘게 야무지게 살고싶다. 개인적으론 변호사보다 법무사 자격증을 땄으면 싶다. 부모님께서도 예상밖으로 흔쾌히 '부동산은 평생직업이지' 하고 응원해주셨고 남친도 열심히 해보라고 토닥토닥해줌 ㅋㅋ 의외의 반응들!!

8. 주위에 월천씩 버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그숫자만큼 백얼마 받는 사람들도 많다.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지고 격차가 커지면 그 갭을 영원히 못 메울것 같다. 얼른 나도 부익부 대열에 껴서 세금도 많이 내고 기부도 많이 하고 내가 얻은걸 남이랑 나누면서 즐거워하고 싶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답인가. 내 상황에 잃을것도 옶긴 하지만. 배우는건 즐거운 일이고 가르쳐 주는 선생님도 좋은 분이고. 내가 열심히 노력만하면 재밌는, 보람찬 한해가 될 예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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