잤었던 여자, 잘 수 있는 여자

1. 속어로 ‘너무 대주지 말라’ 라는 말이 있다. 섹스는 남녀가 합의하는 것인데 한쪽이 한쪽에게 준다는 개념도 싫고, 주든 말든 뭔 상관인가 싶었는데 요새 들어 곰곰 저 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왜냐면 남자들의 사고방식을 보다보니까, 근거가 있는 경고인것 같아서.

2. 남자친구가 없을 때 아무 관계도 아닌 사람이랑 섹스해본 적이 있다. 한 번은 그 사람과 섹스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였고, 다른 한번은 당구내기를 졌기(?) 때문이다. 두번 다 술은 마시지 않고 말짱한 상태였으며, 상대방이 온갖 화술을 섞어 유혹하는 걸 눈치챘다. 근데 그게 좀 귀엽고 웃기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자보지 뭐 이렇게 결심했다.

3. 그 두번의 경험에서 얻은 것은, 내 경우엔 역시 감정을 속속들이 공유하는 사람과 섹스할 때가 훨씬 좋다는 거였다. 낯선 장소랑, 낯선 사람 앞에서 맨정신으로 내 나신을 드러내고 상대방의 몸을 보고 합을 맞추는 것. 하나하나의 단계가 신경쓰였고 결과적으로 몸을 덜 열리게 만들었고 섹스를 덜 즐기게 만들었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는 아무나랑 자지 않게 되었다.

4. 문제는 상대방들이다. 섹스 하기 전부터 나랑 오래 알아온 사이였고, 나를 헤프다는 식으로 취급한적 없으며, 지금도 잘 알고 지낸다. 근데 가끔 한번씩 내게 농담삼아, 우리 다시 한번 잘래? 라고 말을 건넨다. 심지어 남자친구가 있는걸 아는데도 그런다. 남친 있는 기간에 너랑 자는건 예의가 아니고, 지금 내 섹스라이프는 충분히 즐겁다고 말해도, 약간의 텀을 두고 늘 내 기분을 떠본다.

5. 여자한테 원나잇 상대는 그냥 하루 좋았던 상대다. 하루 이상 갈만큼 좋았으면 여자가 또 자자고 했을 것이고, 계속 자다보면 그냥 사귀자고 했겠지. 근데 남자들한테는 ‘내가 잤었던 여자=사귀지는 않지만 언제든 자신과 한번 더 잘 수 있는 여자’ 의 공식같다. 섹스파트너의 존재를 폄하하는게 아니고, 상대방이 싫다는데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고방식은 어른답지 못한 태도라는 것이다.

6.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번 한샘 사태를 보며 같은 사건을 두고 남자와 여자의 시각이 저만큼 다르구나 생각했다. 처벌의 문제가 있으니 상황을 유리하게 진술한 부분도 있겠지만 남자는 여하튼 ‘모텔까지 자진해서 들어온 나랑 좀 자고싶어하는 앙큼한 여자’ 를 다룬 것처럼 진술을 했다. 반면 여자에겐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7. 아무 여자나 자고싶은 남자들이여. 열심히 나무 밑둥을 찍어라. 다만 여자가 강력하게 노! 라고 말했을 때는 수긍하고 물러나라. 진짜 눈치없는 놈, 내지는 준강간범이나 강간범 타이틀을 달 수 있다. 남자가 입증에 불리한걸 알면서도 왜 덤비나.

8. 부모님은 한샘 사태를 보면서, 여자 쪽이 방 안에 들어간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남자가 뭐라하든 들어가면 안됐었다고. 덧붙여 가해자 ㅈ을 잘라버려야 한다고 하셨다. 행여나 직장 상사에게 저런 일을 당하면 인사팀 이런거 거치지 말고 아빠한테 말하라고. 바로 달려가 배때지를 쑤셔버린다고 (..)

9. 지나간 섹스는 그저 지나간 섹스일 뿐. 여자 쪽에서 그대 연락을 받는다고 해서 또 잘거란 착각 금지.

매력 터지는 낯선 볼보


1. 사귀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남자였어도 잘 사귀었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물론 그런 생각이 지속되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권태기라는 것을 이성으로 물리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다만 우리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평온할수록 약간이라도 '짜릿' 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가슴이 두근댄다. 여전히 내 남자친구의 많은 것을 좋아하고 지지하지만. 그토록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와중에 서로의 차이를 조금씩 지워나가는 바람에. 더이상 '색다름' 을 느끼지 못하고, 그래서 스파크가 튀지 않는다.


2. 그렇다고 다른 남자를 만날만한 배짱은 없고, 그렇게 하면 상대방에게 실례라는 것도 알고 있기에 안 한다. 만약 지금의 국가 형태가 일처 다부제라거나 자유 연애라 한명이 여러명의 파트너를 만들어도 상관없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가치관이 1부1처이고, 연애는 한명하고만. 이런 것들을 지향하는 입장이니 나 역시 거기에 맞춘다. 그게 연인으로서 지당한 배려이고, 존중이라고 생각하니까.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불덩이 같은 뜨거움보다 편안함과 안정감을 갖춘 남자친구를 택했으니까. 


3. 왜 이런 이야기를 했냐면, 오랜만에 약간의 스파크를 느껴서다. 어머니께서 친척분들 만나러 가 계셔서, 모셔오려고 운전을 하게 되었다. 왕복 300키로 정도의 단거리, 워낙 운전을 좋아하니 한시간 반으로 되겠다 싶어 쌩하니 내려갔다. 눈치있게 피해주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아직까지는 추월차선에서도 천천히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2차선으로 빠질 수 있는건 빠지고, 모든 차선이 막힌 경우엔 1차선을 상향등과 깜빡이로 적당히 밀면서 가는 중에, 괜찮은 차 둘이 룸미러 안에 보이기 시작했다.


4. 하나는 까만색 bmw x6 m, 하나는 볼보 xc90. 여기에 내 차가 카이엔이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그게 아니어서 아쉽. 여하튼 뒤에서 어마무시한 차 둘이 달려오니 열심히 비벼가면서 길을 만들었고, 뒤에서 졸졸 따라오는게 보였다. '보통 남자들이 밀어야 되는거 아닌가?' 라고 툴툴거리며 10여 분 정도 앞서 나갔고. 공도에서 무리하게 압박을 주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천천히 앞차를 제꼈더니, 답답함을 느낀 깜장 x6 가 확 옆라인으로 치고 들어와 내 앞에서 1차선 차량들을 밀기 시작했다. 그 다음 볼보가 들어가고, 순서를 바꿔 졸졸 따라가는 처지가 됐다.


5. 앞에서 누가 길을 뚫어주면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 고속도로 일지라도 공도에서 200 이상 쏘는 일은 드물고, 여러 차들이 점점이 박혀있는 이상 쫓아가는 일이 그리 어렵진 않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졸졸 따라가다보니 x6 가 중간에 사라지고 볼보랑 나만 남았다. 중간에 살짝 놓치기도 했지만 속도를 좀 올리다보면 결국 따라잡을 수 있었는데, 한편으론 볼보가 나를 좀 기다려 준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하튼 앞에 서있는 볼보를 볼 때마다 기분좋고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


6. 사실 중간에 길을 잘 몰라서 통제 구역으로 돌진한 적이 있다. 다행히 차를 잘 돌려 나와 시내로 들어갔는데, 버스 앞에 있는 그 볼보랑 다시 마주치게 됨. 볼보가 창문을 내리고 손으로 뭐라뭐라 수신호를 했는데, 내가 못알아들었다. 그랬더니 옆 차선으로 빠져 인사를 해줬다. 나도 창문을 내리고 인사를 했는데 선글라스에 구릿빛 살결에, 탄탄한 팔뚝에, 여하튼간 '볼보'랑 엄청나게 잘 어울리는 이미지의 훈남이 '빠이빠이' 를 해줌. 순간 멍하더라. 커피라도 한잔 하자고 했으면 넋놓고 따라갔을 뻔 ㄷㄷ


7. 사실 나는 나보다 운전 잘하는 남자에 대해 엄청난 선망이 있다. 헌데 남자친구는 자동차에도 관심이 없고, 운전도 내가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 쬐꼼 아쉽 (.. )앞으로 연습으로 나아질 것을 알지만 저 볼보남처럼 운전을 할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고, 성격상 정속주행을 할 것이라 앞으로 도로에서 이런 설렘을 만들어 줄 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다른 좋은 점으로는 만약 우리가 결혼을 할 시, 차에 대한 선택권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을 것이라는 것. (나의 큰그림)


8. 시간 날 때마다 남자친구에게 좋은 차를 태워주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타본 bmw 7 시리즈를 가장 좋아해줬다. 사장님 자리에 앉혔더니 이거 되게 좋다고 평했지만, 현실은 비슷한 승차감의 suv 를 꿈꾸는듯. 재규어 f-pace를 좋아했던걸로 봐선, 레인지로버도 괜찮아할 것이지만. 중고가 생각해도 너무 비쌈.


9. 결론: 볼보 타는 남자는 매력적... 돈 벌어서 남친한테 볼보를 사주자!!!!





단 한번 뿐인 사랑

1. 나는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잘 한다. 가까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게 아니라, 그냥 길가다가 장보다가 쇼핑하다가 술마시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이랑 말을 잘 튼다. 그런다고 서로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일 걸 알기에 더 편히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사이의 사람들. 전생에 나는 대숲이었을지도 모름 ㅇㅇ

2. 무튼 이렇게 알게된 사람 중에 순애남이 있다. 나이도 어느 정도 있고 자기 직업도 있고. 근데 집안 사정이 있어서 결혼이 조금조금 늦어지다가 이제는 그냥 독신을 고집하게된 그런 분이다. 이런 분이 문득 자기의 러브스토리를 이야기해주었다. 자기는 세상에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그런데 같이 살 수는 없다고.

3. 왜냐면 여자분이 유부녀이기 때문이다. 동창회에 나갔다가 (여러분 동창회는 위험한 곳입니다 ㄷㄷ) 어렸을때 투닥투닥 싸우던 여자애를 조우했는데. 어려서는 이쁘지도 않던 그 녀석을 다시 만나는 순간 주위가 그냥 환해보이는것 같았단다. 결혼해서 이미 아이들이 있고, 다른 친구들 눈에는 그저 아줌마로 밖에 보이지 않는 여자였는데 자기에게는 정말로 빛나는 사람이었다고.

4. 근데 그 여자분도 나름대로 결혼생활에 무슨 불만이 있었는지, 순애남과 하룻밤을 보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말하자면 순애남은. 딱봐서 기골이 장대한 스타일. 아주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꼿꼿하고 바르게 생기고, 뒷모습은 모델같이 생긴 그 나이대의 훈남이다. 특히 결혼 안한 나이든 남자에게서만 보이는 여유가 더해져서 소위 아저씨 냄새가 나지않는 나이든 훈남(?) 느낌.

5. 자연스럽게 솟구치는 성욕은 그때그때 원나잇 스탠드로 해결하는데. 클럽 이런데서 만나는게 아니라 남편이 섹스를 거부하고, 근데 본인은 아직 하고싶은 한창때의 사모님들을 특정한 루트로 만난다고 했다. 어린친구들이랑 만나면 풋풋해서 좋긴한데, 나이든 쪽을 만나는게 더 편하댔다. 서로 돈을 주고받는 관계는 아니고, 가정을 깨지않으려고 하기에 딱그냥 ㅅㅅ파트너? 정도의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무튼간 여자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이 살아온 사람이다.

6. 그런 사람이 왠 아줌마를 보고 평소랑 똑같이 정사를 치르고. 그런데 갑자기 로맨스에 빠진 것이다. 그녀의 뱃살도 예쁘고 방귀도 예쁘고 애들도 예쁘고 심지어 남편마저도, 그녀에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사람이므로 귀하고 감사하고 사랑한댔다. 그녀가 절대로 가정을 깨지 않았으면 좋겠고 더이상 자기랑 잠을 자지 않고, 자길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만나지 않아도 그냥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녀가 밝게 웃고 살아가기만 해줘도 행복하댔다. 그 이후에 이따금씩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설레어 견딜 수가 없다고..

7.그래봤자 불륜을 미화한 것.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글쎄. 결혼을 했고 가정이 있고 근데 어쩌다보니 사랑하는 다른 남자가 생겼는데.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가정을 깨고 사랑하는 남자에게로 달려가는 것과, 가정을 지키고 그냥 그 사람을 마음에 묻어둔 채로 지나치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은가. 어떻게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가 있냐고 남편은 이혼을 요구해야하는가(?). 어려운 문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이해할 수 있느냐의 문제.

8.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고, 나는 적어도 그 사랑이 괜찮아보였다. 자기는 인생의 사랑을 만났고, 앞으로도 그런 사랑이 없을 것이고, 그 사람에게 곧바로 생명도 내어줄 수 있다고. 다만 대상이 이미 결혼한 여자일 뿐이라는데. 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최대 행복을 빌어주는 사랑. 상대의 마음이 쓰이지 않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숨기는 사랑. 어떤 의미로 나는 이 사랑이 굉장히 숭고하다고 본다. 여러가지 사랑이 존재하는 마당에 이런 사랑 정도 하나 있는건 나쁘지 않잖아.

9. 그분은 나중에 그녀가 사는 도시에 직장을 구해 살고 싶다고 했다. 욕심나지 않냐고, 사랑하는 여자와 살고있을 남편이 밉거나 질투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건 그 사람 사랑의 몫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먼저 만나고 사랑한 것이 그 남자이니 당연하다는 것. 대신 욕심을 낸다면, 그녀가 남편이랑 행복하게 살다가 혹시라도 사별하게 된다면 그때 호호백발이 된 할머니 그녀랑 같이 좋은 연인으로 귤도 까주고 틀니도 끼워주며 오손도손 지내고 싶다고.....하... 여기까지 듣고 울음이 울컥 삐져나왔다.

10. 모든것을 끌어안는 저런 사랑이 있을진대 나의 사랑은 너무 일차원적이라 웃음이 난다. 상대에게 토라지기도 하고 불만스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결국 화해하긴 하지만 다양한 감정을 겪는 우리들. 내가 투정부려도 받아줄거라는걸 알기 때문에, 믿기 때문에, 혼자 삭힐 수 있는 일도 괜히 티를 내며 삐치고 뾰루퉁해하고 발을 구른다. 그러면서도 난 언제쯤 저런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나도 남자친구와 계속해서 사랑을 하다보면 저렇게 포용력 있는 사랑을 하게될까? 이게 그런 사랑이라고 믿고 살다가 저렇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한편으로 사무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하지? 괜스레 걱정해본다.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

1. 한남충이니 김치녀니 다 안 좋은 소리다. 태초에 '김치녀' 가 먼저 생겼고, 그에 대항하기 위해 '한남충' 이라는 단어가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부질없지 않나. '한남충' 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욕이나,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있어서도 '남녀평등' 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래봤자 서로 제 살 깎아먹기 아닌가. 니가 나한테 침을 뱉으니, 나도 똑같이 침을 뱉겠다. 식이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 법전이고. 근데 아시다시피 이게 일방의 승리로 끝날 수 없는 문제다. 한쪽이 '야 그만해 내가 김치녀라고 안 부를테니까, 한남충이라고 부르지 마!' '그래그래, 사이좋게 지내자'. 뭐 이런 따닷하고 훈훈한 결말은 없다는 이야기고, 점점 더 강도가 심한 소모전만 있을 뿐이다.


2. 살면서 상대방에게 불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문제다. 나는 이십몇년간 살을 맞대고 살아온 부모님과도 '작은 일', 이를테면 삼겹살을 왜 이렇게 핏기보이게 구우셨냐던가, 내가 자리 잡아놓은 화분을 왜 왼쪽으로 옮겨두셨는가 같은 사소한 문제들- 에도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투닥거리고 싫은 소리를 한다. 그러니까, 그나마 서로를 굉장히 자주 보고 어느정도 이해하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그럴진대, 전혀 다른 사람들 심지어 얼굴조차 한번 못본 사람들 사이에서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말들이 얼마나 거칠지 이해한다. 그리고 그것이 일백프로 본심은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얼굴을 안 보니까 더욱 과격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익명성이라는 건 갑자기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마법의 기능이므로.


3. 이슬람 권을 비롯해 사람을 납치해다가 죽일 때, 머리에 뭔가를 씌우는 경우는 '안 좋은 일' 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하는 전조다. 얼굴을 보면 그 대상을 '살아있는 사람, 나와 같은 사람' 으로 인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물건처럼 취급하고자 비닐이나 푸대를 씌운다. 물론 케바케라 이동하는 동안만 씌우는건 살려줄 확률이 되레 높아진다. 오고가는 길을 모르게 하려했을 뿐이라, 협상만 잘되면 놓아줄 수도. 왜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꺼냈냐면. 그냥, 인터넷에 떠드는 우리들도 상대방에게 푸대자루를 씌워놓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뭐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쎄게' 말하는 사람들도 현실에서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뭘 그렇게 각을 세웠나' 머쓱해할 확률이 높아서다. 예를 들자면, 보배드림에서 키워들이 현피뜨자고 하고 정해진 장소에 차까지 끌고와서 만나면, 서로 정답게 담배 하나 바꿔물고 '오늘 나오느라 고생했수다, 거칠게 대해 미안했고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하는 확률이 99프로임...


4. 몇 명의 생각이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특정단어가 생겨나면 파급력은 한층 더 커지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던 불신이나 적대감을 외려 조장하곤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누군가를 비하하는 단어는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기분이 일시적으로 풀릴 지도 모르지만, 되레 내가 다른 말로 공격받을 확률이 높고, 그러면 다시 기분이 안 좋아질 것이고, 물어뜯을 생각할 것이고. 악순화의 반복이니까 지양하려고 한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지. 서로 좀 관용있게 대하는 일이 늘었으면 한다. 다양한 의견을 넉넉하게 끌어안지 못하고, 나와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고 보는 일이 많아서.. 말하기도 무섭고, 각박하게만 느껴진다. 둥글게 둥글게 살자. 둥글다고 페미니즘이 발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꼭 드세고 급진적일 필요는 없다. 여리고 완만할 필요도 없지만. 중간 정도로 하자 중간 ㅋㅋㅋ 중용.


5. 연애는 남녀가 서로 더 잘 이해하게되는 과정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서로 간의 크나큰 차이를 느끼기도 하지만, 포기하거나 내가 당한 사례1을 만인의 사례1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 의견을 주장할 수 있지만 과하게 공격적이지 않은 선에서 하면 좋겠다. 물론 보는 입장에서도, 조금 눈꼴시거나 불편하더라도 '그래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넘어갈 수 있을 것이고. 근데 써놓고 생각해보니, 나는 대략 긍정적인 입장이고 좀 많은 일들을 '그럴수도 있지' 나이브하게 넘어가는 성격이라 편하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열네살 차이나는 사람이랑 사귀어도 봤고, 유부남에게 유혹도 당해봤고, 연하랑 알콩달콩 사귀어도 봤고, 교수님한테 작업도 당해봤고, 잠수타는 놈들 셋도 만나봤고, 세다리 걸친 남자랑도 사귀어봤고, 야심가에 약간 이기적인 남자랑도 만나봤다. 그 순간에 기분이 나쁘거나 슬펐던 적은 있지만, 대체로 '난 여자로서 매력있어, 기분좋아' 상태였고. 헤어지고 난 후에는 사귀는 동안 있었던 불만들을 잘 가라앉혔고, 지금은 딱히 억하심정이 들지 않는다. 그 사람들도 그때그때 자기 좋을대로 감정적인/이성적인 선택을 한 것일테고. 그게 내가 바라는 결말과 달랐다고 원망할 이유는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계속 다음엔 괜찮은 사람 만날거야, 또 이번처럼 좋은 연애할거야 믿을 수 있었고. 지금은 행복하게 잘 지낸다. 보통 이런 마인드로 연애하는거 아닌가. 만약 내가 더 심한 상황 - 강간이라던가 폭력?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난 글렀어. 다음에도 연애 망칠거야, 세상엔 개같은 새끼들만 있어 이렇게 생각하고 포기했을까....? 흠... 안 겪어봐서 단정할 수 없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이 심하게 적대감이나 모욕을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감사하고 다행스럽다. 참고로 나는 스스로가 보편적인 케이스의 연애를 했다고 생각하고, 일반인보다 약간 더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자존감도 높다고 생각한다.


6. 그건 그렇고 오늘 어떤 이의 파혼 소식을 들었다. A가 집을 준비하고 B가 혼수를 해오기로 결정했다. A는 부모님의 도움을 조금 받고 대출을 껴서 1억 7천을 모았고 B는 통장잔고 1천에 혼수를 카드로 2천 정도 긁을 생각이었던 듯. 그런데 마침 서울 어귀에 2억 짜리 괜찮은 빌라가 나왔고, A가 B에게 혼수대신 3천을 대출+현금으로 해서 집을 산 다음. 살면서 가구 집기 천천히 바꿔나가자 라고 한 모양인데, B가 반대함. 자신은 절대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함. 빌라는 무조건 신축에 방 3개짜리 여야 한다고 말함. 그래서 결국 둘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헤어졌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겠고. 그냥 평등함의 관점에서 볼 때, 둘이 비슷하게 해오는게 좋지 않나 싶었다. 개인적으론 내가 덜 해오는 B 입장이라면, A가 나보다 더 많이 준비한 것이 고마웠을 듯. 그것보다 없이 시작할 수도 있는 마당에, 툴툴거리거나 타박하기엔 내가 준비한 것이 너무 모자르니깐.


7. 살기가 팍팍하니 조건 보는 것이다 하겠으나,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본다. 부모 세대에서 이어진 의식의 흐름 (남자가 더 많이 해오고, 여자가 덜 해오는) 도 얼마간 깨질 필요가 있다. 둘다 똑같이 돈 들여 키웠는데, 어느 쪽은 더해가고 어느 쪽은 덜 해오고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상함. 남자가 더 많이 주는 것은 물건을 비싸게 주고 사는 것과 같이, 여자를 상품화 시켜서 사오는 취급과 다름 없다. 그러니까, 더 많이 주는 남자를 바라는 것은 여자 입장에서 인생을 걸고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고. 그것은 둘이 사랑이라는 '화학작용을 넘어선 그 어떤 것' 에 빠졌다기 보다, 유전자에 아로새겨진 프로그래밍대로 움직이는 것 뿐이다. 내 자손을 남기려면 현 사회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그건 바로 돈 많은 사람이지 라는 뜻.


8. 종족번식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인간으로서 통제할 수 있는 이들 중 '돈' 이 없는 이들이라면, 그래서 결국 결혼을 포기한다. 구태여 할 필요가 없는, 손해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므로. 갑자기 리처드 도킨스가 제시한 밈 이론이 떠오르는데, 현재처럼 지속이 되면 결국 돈 많은 사람들의 유전자만 아래로 아래로 전해지겠지. 문화유전자마저도 돈에 종속되는... 돈이 유일한 승리자. 그러니 러브 앤 피스를 지향하는 분들, 정말로 사랑을 한다 하는 분들은 함께 사실 때 돈 문제를 극복하는 힘을 보여주시길 바란다. 아니 뭐 극복까진 아니더라도 서로 늘 배려해주면 되지 뭐. 혼수나 집준비도 배려의 문제인 것을. 애초에 사랑하면 어느 쪽이 얼마를 해오든지 그딴건 전혀 신경 안 쓰일것 같음. 조신 설화 정도로 파탄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열심히 살면 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 철저히 조건을 보고 만나는 거라면, 상대방 조건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좋을 때 잘 숙여주고 떠받들어줘라. 그러면 되지 뭐. 안 맞으면 6번 처럼 깽판 놓으면 된다. B 쪽에서 A 한테 타박을 한건 더 좋을 대우를 받고 싶다는 것이었고, 너 아니어도 이만큼 해줄 사람 있다는 항변이었을테니 A도 B도 각각의 길로 갈라서서 본인들 취향에 더 잘 맞는 사람 만나면 된다. 


9. 열심히 먹고 사랑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하게 구비되길 바란다. 최저 시급을 올려주는게 좋은 생각인지는 모르겠고, 최저 생활 계층의 생계비를 더 지원해주는 쪽이나, 복지 강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젊은이들이, 나이든 이들이, 맘놓고 연애를 하려면 다른 생활이 비교적 평탄해야 한다는 것.. 국가는 보육시설 더 만들어주고 일자리 많이 만들어주셈 :) 제발 종교세랑 종소세좀 늘리고. 여하튼 남녀 이야기니까 연밸 발행인데 다쓰고 보니 갖가지 잡소리를 섞어서 민망함. 역시 새벽에 술마시고 글쓰면 의식의 흐름대로 타이핑을 함........ㅋㅋㅋㅋㅋㅋㅋㅋ



그동안 썼던 글을 쭉 보니까

1. 나란 인간은 어찌나 연애 상대방에게 불평불만이 많았는지.!죄다 불만스러운 글이라 돌이켜보게 된다. 물론 그때는 합리적인 불만이라고 생각했고 그에 기반해 이별했거나 차였는데. 좀더 나이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

2. 기독교에서 뛰쳐나온지 오래되었지만 '내 눈의 들보요 남 눈의 티끌이라.' 뭐 대충 이런 논지의 문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훌륭하고 흠없는 인간이 아닐진대 상대방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고 내 스타일로 갈아만들려고 한것 같다. 반성하자.

3. 남자친구는 결국 멋진 린넨셔츠 사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 남친이 모르는 부분은 내가 알려주고 내가 모르는 부분은 남친이 알려주면서 그렇게 연애하면 되지 뭐. 지금만 해도 남친이 나 알려주는게 더 많을걸 ㅇㅇ

4. 그러니까 결국 오늘의 요지는 반성하자임. 만약 신이 있고 내가 매번 소원하는 남친상을 알았더라면 지금쯤 뒷목잡고 요로케 말할듯. '이 가시나가 계속 남친을 업그레이드 해줘도 바라는게 너무 많네. 제발 요구사항은 프로그래밍할때 말해라. 디버깅 시키지 말고!!!!'

5. 남친 운전연습도 시키고 맛있는것도 요리해주고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예쁘다 멋지다 칭찬해주고 귀하게 여기고 그래야겠다. 둥글게 살자. 감사하며 살자. 나는 여전히 나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 기왕지사 감사함을 알고 겸손함을 아는 인간으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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