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디 사태를 보며 하는 생각

1. 요새 코치 D 사건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예전에 딴지일보에서 포르노 리뷰를 하던 분이 신분세탁을 하고 헬스트레이너가 되었다, 어쩌면 그럴 수가 있냐. 라고 하는 것이 골자인데, 특히 아동 포르노에 관한 리뷰도 있고 마치 그것을 추천하는 듯한 뉘앙스가 섞여있어 욕을 먹었다. 당사자는 사과문을 올렸다가, 트위터 및 페이스북 계정을 폭파시킨듯한 상태. 내 경우 남자친구 추천으로 코치디 책을 선물받았는데, 얼마안되어 화려한 과거가 드러난 상황임. 그래서 여러가지 곰곰히 생각해보는데, 참 복잡미묘한 문제다. 아참. 책 자체는 꽤 괜찮다 ㅇㅇ


2. 사실 포르노 자체를 본 것 자체는 나쁘다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사실 나는 야동과 포르노를 구분 못함. 차이 아는 분 있으시면 알려주시길, 노모와 유모의 차이인가?) 신체 건강한 성인 남성, 혹은 여성이 섹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무릇 당연한 일이고. 그 정사장면을 담은 비디오나 동영상으로 본다고 해서 피해를 받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몰래카메라 라거나 납치, 강간의 영상이거나, 스너프 필름처럼 살해를 목적으로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합의하에 벗은 여성이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교성을 지르며 한바탕 몸푸는 모습을 보는건, 그저 영상물소비일 뿐이다. 꼭 포르노라는 수식을 붙이지 않더라도 요즘의 여러 매체에서 수위높은 영상은 얼마든지 만들어 지고 있다. 요즘은 아니지만, 살로 소돔의 120일만 해도 여러가지가 나오지.


3. 항간에는 포르노를 봐서 변태성욕이 도지고, 성범죄자의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내가 연구자가 아니고 이런 연구 사례가 있는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인데. 그렇게 따지면 FPS 게임을 하는 사람들 중에 살인자 비율이 높아야 하고. 뭍 매체들이 모두 비난을 받으며 차단되어야 하는 실정이다. 솔직히 범죄를 저지를 놈은 평소에 포르노를 봤는지 안 봤는지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을거라는게 생각이 든다. 저지를 사람은 어째도 저지를 것.


4. 개인적으로는 성매매도 합법화를 돌리는게 좋다고 생각했었다. 이게 막는다고 막아지는 문제도 아니고 굳이 음지에 놔둬서 좋을게 뭐있나. 양성화하고 세금도 물리고, 4대 보험이랑 복지도 챙겨주고, 말마따나 '노동자' 로서의 지위를 인정해주고 관리하자. 싶었는데, 남자친구랑 얘기해보다보니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상황이 눈에 뻔히 보이다보니, 자유시장경쟁체제의 논리에 따라 '할인' 이 들어간단다. 업소끼리 할인을 하느라, 화대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 이를 만회하기 위해 피임기구를 쓰지 않는다 처럼 무리한 요구가 생겨나는 것이다. 다만 한편으로, 식당 주방에서 그릇을 닦거나, 청소하는 일 등으로 버는 돈보다 화대가 낮아진다면, 자연스럽게 그 일에 종사하려는 여성의 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매춘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 일 아니면 할게 없다' 가 많은데, 손발 멀쩡한 사람이 줄기차게 섹스할 정도의 체력이라면 다른 육체적 노동도 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서. 예를 들면 성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내가 나가서 발렛파킹만 해도 400을 버는데, 하루종일 이러고도 그 돈을 못 벌면 굳이 할 필요 있나' 하고 포기할 가능성.


5. 한편, 포르노가 성차를 조장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흠. 이건 어느정도 본능적인 욕구와 관련된 것 같다. 성욕이 많으냐 적으냐의 차이인 것 같고, 사람에 따라 다른 문제인데 문제는 굳이 성별로 나눠놓고 보니 남자 쪽의 수요가 훨씬 많더라 이거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남성 위주의 시각이 반영된 포르노가 많다. 그게 불만인 분이 계시다면, 여성적인 포르노를 많이 생산해주시길. 더불어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스스로의 동의가 있는 한 자유롭다는 생각이기에, 여러가지 상황극에 대해서 '여자가 굴욕적인 존재처럼 보인다' 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나는 내가 굴욕적으로 행동할 때 반대고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상황극도 너무 재밌는것 같다. 단 그건 어디까지나 침대에서의 일이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나고 우리가 걸어다니고 밥을 먹고 운동을 할 때, 내가 상대방에 비해 저열한 위치에 있다거나, 못한 존재라는 생각은 1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거부감이 든다면, 여자 쪽에서 남자를 리드하는 섹스를 하면 된다. SM 이 괜히 발전한게 아니고 여왕님 놀이는 평소 말고 침대 위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6. 따라서 포르노가 잘못된 섹스 취향을 심어줄 수 있다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섹스는 두 당사자간 합의하는 것이고, 상대방이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의 교합을 시도하면 거부하고 차버리면 그만이다. 충분히 얘기를 나눠보고 이건 좋고, 저건 별로고. 내 취향은 이건데, 자기 취향은 그거구나. 그럼 이렇게 한번 저렇게 한번 하면 공평하겠다. 이야기하면 되는 문제다. 남자의 방식에 불만을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쌓인 불만도 얘기 잘 못할 가능성이 큼. 말해라. 그게 무슨 흠이라고. 그리고 열심히 야동도 포르노도 보자. 내 남자친구가 그걸보고 흥분한다면, 거기 나오는 여자보다는 잘해보고 싶다는 투지가 생기지 않나 -_-;;;;; 난 묘한 경쟁심이 생기던데....


7. 여담이지만 성교육도 일정 시기 이후엔 다같이 포르노를 보는게 좋을지 모른다. 남녀 다같이 둘러 앉아서 토론해보면 좋을것 같다. 이 장면은 뭐가 잘못됐어. 실제로 여자는 저런걸 좋아하지 않아. 등등으로 알콩달콩 알려주면 좋을것 같다. 너무 적나라하다면 좀 덜 적나라하고 교훈적인 (?) 나인하크위크나 애나벨 청 스토리 뭐 이런거 보면 좋지 않나. 요새는 초등학교 때부터 처녀성을 포기한다는데, '우리 애는 안 그럴거야' 별 그런 생각하지 않고 그냥 적나라하게 알려주는게 좋을 것 같다. 처음엔 껄끄러워도 결국 섹스할 사람은 하고 안할 사람은 안 하게 되겠지.


8. 마지막으로 아동 포르노에 관한 이야기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리뷰에 등장했던 아동? 청소녀? 들이 몸을 판다는 의미를 모르진 않았을거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나 잘 알면서도 돈으로 유혹한 비디오 촬영자 측이 가장 나쁘지만, 지각이 있었을 나이의 어린아이들도 문제는 문제. 다만 이런 아동포르노를 아무렇지 않게 허가한다면, 아동포르노의 수요가 커지고 시장성을 확대하기 때문에 당연히 공급책의 어린아이들이 많아지게 된다. 


하기사 예전에 치앙마이를 다룬 책을 보면서, 새삼 아동매춘의 실태를 보고 놀랐는데 (그쪽은 부모가 냉장고나 가전을 받는 조건으로 대여섯살 자식을 매춘굴에 직접 팔아 넘긴다. 입도 덜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의 느낌으로 자식을 팜) 실질적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이긴 하다만, 그래서야 그 나라 어린이들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찍은 쪽' 이 아니라 '보는 쪽' 을 처벌하자는 잣대가 생긴 것. 이게 '정당' 하거나 '합리' 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현재 취할 수 있는 '최선' 의 방법이므로 동의하므로 처벌에는 동의한다. 2D 에도 적용해야하는지는 별개의 논란거리 더라만..


9. 결론. 포르노는 양지화시키고, 아동포르노는 처벌해야한다. 다만, 과거에 그런 리뷰를 썼다는 것 만으로, 현재의 그를 비난하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개심의 여지를 인정해주자 인데. 그러면 또 사회가 너무 헤이해진다 그런 소리가 나올테니. 판단은 개개인이 하는 것이 좋겠지.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A라는 사람과 결혼해서 쭉 행복하게 살았는데, 나중에 보니 이 사람이 살인자였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한평생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남편이었다. 의 경우, 사람을 죽였으니 짐승마도 못한 놈이라고 취급하고 내쳐야 할까. 아니면 이유든 뭐든 들어보고 죗값을 받게 한다음 다시 보듬어야 할까. 뭐 난 후자라고 본다. 목숨에 목숨으로 대응해 사형선고를 받는다해도 어쩔 수 없지만. 어쨌든 내게는 좋은 남편이었으므로. 피해자와 유족들의 분노와 억울함을 이해하고 비난도 같이 받되, 나는 남편 편이 되어주는 것으로. .......... 오해하지 마십시오 코치디가 제 남편이 아닙니다 ㄷㄷ 여하튼 과거의 일을 개심했는지 어쨌는지는 지켜봐야 아는 일이고, 어쩌면 과거에 그럴 수 있느냐 손가락질 할 수 있겠지만. 그때의 일로 미루어 지금의 사람을 두고 '어쩐지 사람이 추악해보였어' '사기꾼 같았어' 이런 반응은 과한 매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매력 터지는 낯선 볼보


1. 남자친구랑 평온히 잘 사귀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남자였어도 잘 사귀었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물론 그런 생각이 지속되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권태기라는 것을 이성으로 물리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다만 우리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평온할수록 약간이라도 '짜릿' 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가슴이 두근댄다. 여전히 내 남자친구의 많은 것을 좋아하고 지지하지만. 그토록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와중에 서로의 차이를 조금씩 지워나가는 바람에. 더이상 '색다름' 을 느끼지 못하고, 그래서 스파크가 튀지 않는다.


2. 그렇다고 다른 남자를 만날만한 배짱은 없고, 그렇게 하면 상대방에게 실례라는 것도 알고 있기에 안 한다. 만약 지금의 국가 형태가 일처 다부제라거나 자유 연애라 한명이 여러명의 파트너를 만들어도 상관없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가치관이 1부1처이고, 연애는 한명하고만. 이런 것들을 지향하는 입장이니 나 역시 거기에 맞춘다. 그게 연인으로서 지당한 배려이고, 존중이라고 생각하니까.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불덩이 같은 뜨거움보다 편안함과 안정감을 갖춘 남자친구를 택했으니까. 


3. 왜 이런 이야기를 했냐면, 오랜만에 약간의 스파크를 느껴서다. 어머니께서 잠깐 지방에 가 계셔서, 모셔오려고 운전을 하게 되었다. 장거리는 아니고 왕복 300키로 정도의 여정이었는데, 워낙 운전을 좋아하니 한시간 반 정도면 내려갈 수 있겠다 싶어 쌩하니 내려갔다. 눈치있게 피해주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아직까지는 추월차선에서도 천천히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2차선으로 빠질 수 있는건 빠지고, 모든 차선이 막힌 경우엔 1차선을 상향등과 깜빡이로 적당히 밀면서 가는 중에, 괜찮은 차 둘이 룸미러 안에 보이기 시작했다.


4. 하나는 까만색 bmw x6 m, 하나는 볼보 xc90 이었다. 캬, 여기에 내 차가 카이엔이나 벤츠 G63 이었다면 수미쌍관 처럼 앞뒤가 착착 맞았을텐데!! 여하튼 뒤에서 어마무시한 차 둘이 달려오니 안 밀수도 없고, 열심히 비벼가면서 길을 만들면 뒤에서 졸졸 따라오는게 보였다. '이건 보통 남자들이 밀어야 되는거 아닌가 ㅠㅠ?' 라고 조금 징징대면서 10여 분 정도 선도차량(?) 행세를 했다. 공도에서 무리하게 압박을 주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생각보다 좀 천천히 앞차를 제꼈더니, 답답함을 느낀것 같은 깜장 x6 가 확 옆라인으로 치고 들어가 보다 적극적으로 1차선을 밀기 시작했다. 그 다음 볼보가 들어가고, 순서를 바꿔 졸졸 따라가는 처지가 됐다.


5. 성질 급한 운전자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앞에서 누가 길을 뚫어주면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 내 차와는 체급이 다르긴 하지만, 고속도로 일지라도 공도에서 200 이상 쏘는 일은 드물고, 여러 차들이 점점이 박혀있는 이상 쫓아가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졸졸 따라가다보니 x6 가 중간에 사라지고 볼보랑 나만 남았다. 중간에 살짝 놓치기도 했지만 속도를 좀 올리다보면 결국 따라잡을 수 있었고 (한편으론 볼보가 나를 좀 기다려 준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앞에 그 볼보가 설 때마다 기분좋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6. 사실 중간에 내가 길을 잘 몰라서 통제 구역으로 돌진하는 바람에 아마 그 볼보는 흠칫 놀랐을 것인데.... 다행히 차를 잘 돌려 나와 시내로 들어가다보니 버스 앞에 있는 그 볼보를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볼보가 창문을 내리고 손으로 뭐라뭐라 지시를 했는데, 내가 못알아들었다 (수신호 모르는 세대ㅠㅠ) 그랬더니 볼보가 옆 차선으로 빠져 인사를 해줬다. 나도 창문을 내리고 인사를 했는데 선글라스에 구릿빛 살결에, 탄탄한 팔뚝에, 여하튼간 그 볼보랑 엄청나게 잘 어울리는 이미지의 훈남이 '빠이빠이' 해줬다. 순간 멍하더라. 커피라도 한잔 하자고 했으면 넋놓고 따라갔을 뻔 ㄷㄷ


7. 사실 나는 나보다 운전 잘하는 남자에 대해 엄청난 선망이 있다. 헌데 남자친구는 자동차에도 큰 관심이 없고, 운전도 내가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라 ㅠㅠ.....앞으로 연습으로 나아질 것을 알지만 저 볼보남처럼 운전을 시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고, 성격상 정속주행을 할 것이라 앞으로 도로에서 이런 설렘을 만들어 줄 일도 없을 것이다 (..) 그런 점이 나를 좀 아쉽게 한다. 물론 다른 좋은 점으로는 만약 우리가 결혼을 할 시, 차에 대한 선택권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을 것이라는 것. 후후후. 이것이 나의 큰그림이다.


8. 시간 날 때마다 남자친구에게 좋은 차를 태워주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타본 bmw 7 시리즈를 가장 좋아해줬다. 사장님 자리에 앉혔더니 이거 되게 좋다고 평하는 한편으로, 비슷한 승차감의 suv 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마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비슷할 것이지만, 현실적으론 디스커버리3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본인은 그건 너무 유하게 생겼다며 허머나 RAM 이나, 랩터f150 같이 본인 취향 확 드러나는 차들을 고르고 있다. 그 차들 승차감이 하나도 좋지 않아, 라고 말려봤지만 저번에 데려간 모터쇼에서 로망이라는 만트럭을 타본 이후론 전혀 믿지 않는다 (..)


9. 그건 그렇고 운전 잘하는 남자만 봐도 심쿵하는데, R차 타고 다니는 남자보면 혼절할지도 모른다. 카레이서에 빠지는 여자들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빠르게 달린다는 것은 암만봐도 멋진 일이다. 반절 정도는 멋지고 반절 정도는 질투나겠지. 


10. 생각해보니 이건 아빠의 영향도 있다. 아빠가 운전을 아주 잘 하시고, 차에도 관심이 많으시다. 가끔 내 차를 손세차 해주시고, 제발 계기판 삼분의 이까지만 쓰라고 당부하는 등 자동차나 당구 이야기할 때는 지상에서 최고로 오손도손한 부녀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장롱 면허라는걸 알면 분명 실망하시겠지 (..)


11. 결론: 운전하는 남자는 매력적이다. 볼보 타는 남자는 더욱 더.... 돈 벌어서 남친한테 볼보를 사주자!!!!





단 한번 뿐인 사랑

1. 나는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잘 한다. 가까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게 아니라, 그냥 길가다가 장보다가 쇼핑하다가 술마시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이랑 말을 잘 튼다. 그런다고 서로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일 걸 알기에 더 편히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사이의 사람들. 전생에 나는 대숲이었을지도 모름 ㅇㅇ

2. 무튼 이렇게 알게된 사람 중에 순애남이 있다. 나이도 어느 정도 있고 자기 직업도 있고. 근데 집안 사정이 있어서 결혼이 조금조금 늦어지다가 이제는 그냥 독신을 고집하게된 그런 분이다. 이런 분이 문득 자기의 러브스토리를 이야기해주었다. 자기는 세상에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그런데 같이 살 수는 없다고.

3. 왜냐면 여자분이 유부녀이기 때문이다. 동창회에 나갔다가 (여러분 동창회는 위험한 곳입니다 ㄷㄷ) 어렸을때 투닥투닥 싸우던 여자애를 조우했는데. 어려서는 이쁘지도 않던 그 녀석을 다시 만나는 순간 주위가 그냥 환해보이는것 같았단다. 결혼해서 이미 아이들이 있고, 다른 친구들 눈에는 그저 아줌마로 밖에 보이지 않는 여자였는데 자기에게는 정말로 빛나는 사람이었다고.

4. 근데 그 여자분도 나름대로 결혼생활에 무슨 불만이 있었는지, 순애남과 하룻밤을 보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말하자면 순애남은. 딱봐서 기골이 장대한 스타일. 아주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꼿꼿하고 바르게 생기고, 뒷모습은 모델같이 생긴 그 나이대의 훈남이다. 특히 결혼 안한 나이든 남자에게서만 보이는 여유가 더해져서 소위 아저씨 냄새가 나지않는 나이든 훈남(?) 느낌.

5. 자연스럽게 솟구치는 성욕은 그때그때 원나잇 스탠드로 해결하는데. 클럽 이런데서 만나는게 아니라 남편이 섹스를 거부하고, 근데 본인은 아직 하고싶은 한창때의 사모님들을 특정한 루트로 만난다고 했다. 어린친구들이랑 만나면 풋풋해서 좋긴한데, 나이든 쪽을 만나는게 더 편하댔다. 서로 돈을 주고받는 관계는 아니고, 가정을 깨지않으려고 하기에 딱그냥 ㅅㅅ파트너? 정도의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무튼간 여자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이 살아온 사람이다.

6. 그런 사람이 왠 아줌마를 보고 평소랑 똑같이 정사를 치르고. 그런데 갑자기 로맨스에 빠진 것이다. 그녀의 뱃살도 예쁘고 방귀도 예쁘고 애들도 예쁘고 심지어 남편마저도, 그녀에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사람이므로 귀하고 감사하고 사랑한댔다. 그녀가 절대로 가정을 깨지 않았으면 좋겠고 더이상 자기랑 잠을 자지 않고, 자길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만나지 않아도 그냥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녀가 밝게 웃고 살아가기만 해줘도 행복하댔다. 그 이후에 이따금씩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설레어 견딜 수가 없다고..

7.그래봤자 불륜을 미화한 것.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글쎄. 결혼을 했고 가정이 있고 근데 어쩌다보니 사랑하는 다른 남자가 생겼는데.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가정을 깨고 사랑하는 남자에게로 달려가는 것과, 가정을 지키고 그냥 그 사람을 마음에 묻어둔 채로 지나치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은가. 어떻게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가 있냐고 남편은 이혼을 요구해야하는가(?). 어려운 문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이해할 수 있느냐의 문제.

8.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고, 나는 적어도 그 사랑이 괜찮아보였다. 자기는 인생의 사랑을 만났고, 앞으로도 그런 사랑이 없을 것이고, 그 사람에게 곧바로 생명도 내어줄 수 있다고. 다만 대상이 이미 결혼한 여자일 뿐이라는데. 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최대 행복을 빌어주는 사랑. 상대의 마음이 쓰이지 않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숨기는 사랑. 어떤 의미로 나는 이 사랑이 굉장히 숭고하다고 본다. 여러가지 사랑이 존재하는 마당에 이런 사랑 정도 하나 있는건 나쁘지 않잖아.

9. 그분은 나중에 그녀가 사는 도시에 직장을 구해 살고 싶다고 했다. 욕심나지 않냐고, 사랑하는 여자와 살고있을 남편이 밉거나 질투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건 그 사람 사랑의 몫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먼저 만나고 사랑한 것이 그 남자이니 당연하다는 것. 대신 욕심을 낸다면, 그녀가 남편이랑 행복하게 살다가 혹시라도 사별하게 된다면 그때 호호백발이 된 할머니 그녀랑 같이 좋은 연인으로 귤도 까주고 틀니도 끼워주며 오손도손 지내고 싶다고.....하... 여기까지 듣고 울음이 울컥 삐져나왔다.

10. 모든것을 끌어안는 저런 사랑이 있을진대 나의 사랑은 너무 일차원적이라 웃음이 난다. 상대에게 토라지기도 하고 불만스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결국 화해하긴 하지만 다양한 감정을 겪는 우리들. 내가 투정부려도 받아줄거라는걸 알기 때문에, 믿기 때문에, 혼자 삭힐 수 있는 일도 괜히 티를 내며 삐치고 뾰루퉁해하고 발을 구른다. 그러면서도 난 언제쯤 저런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나도 남자친구와 계속해서 사랑을 하다보면 저렇게 포용력 있는 사랑을 하게될까? 이게 그런 사랑이라고 믿고 살다가 저렇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한편으로 사무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하지? 괜스레 걱정해본다.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

1. 한남충이니 김치녀니 다 안 좋은 소리다. 태초에 '김치녀' 가 먼저 생겼고, 그에 대항하기 위해 '한남충' 이라는 단어가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부질없지 않나. '한남충' 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욕이나,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있어서도 '남녀평등' 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래봤자 서로 제 살 깎아먹기 아닌가. 니가 나한테 침을 뱉으니, 나도 똑같이 침을 뱉겠다. 식이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 법전이고. 근데 아시다시피 이게 일방의 승리로 끝날 수 없는 문제다. 한쪽이 '야 그만해 내가 김치녀라고 안 부를테니까, 한남충이라고 부르지 마!' '그래그래, 사이좋게 지내자'. 뭐 이런 따닷하고 훈훈한 결말은 없다는 이야기고, 점점 더 강도가 심한 소모전만 있을 뿐이다.


2. 살면서 상대방에게 불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문제다. 나는 이십몇년간 살을 맞대고 살아온 부모님과도 '작은 일', 이를테면 삼겹살을 왜 이렇게 핏기보이게 구우셨냐던가, 내가 자리 잡아놓은 화분을 왜 왼쪽으로 옮겨두셨는가 같은 사소한 문제들- 에도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투닥거리고 싫은 소리를 한다. 그러니까, 그나마 서로를 굉장히 자주 보고 어느정도 이해하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그럴진대, 전혀 다른 사람들 심지어 얼굴조차 한번 못본 사람들 사이에서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말들이 얼마나 거칠지 이해한다. 그리고 그것이 일백프로 본심은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얼굴을 안 보니까 더욱 과격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익명성이라는 건 갑자기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마법의 기능이므로.


3. 이슬람 권을 비롯해 사람을 납치해다가 죽일 때, 머리에 뭔가를 씌우는 경우는 '안 좋은 일' 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하는 전조다. 얼굴을 보면 그 대상을 '살아있는 사람, 나와 같은 사람' 으로 인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물건처럼 취급하고자 비닐이나 푸대를 씌운다. 물론 케바케라 이동하는 동안만 씌우는건 살려줄 확률이 되레 높아진다. 오고가는 길을 모르게 하려했을 뿐이라, 협상만 잘되면 놓아줄 수도. 왜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꺼냈냐면. 그냥, 인터넷에 떠드는 우리들도 상대방에게 푸대자루를 씌워놓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뭐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쎄게' 말하는 사람들도 현실에서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뭘 그렇게 각을 세웠나' 머쓱해할 확률이 높아서다. 예를 들자면, 보배드림에서 키워들이 현피뜨자고 하고 정해진 장소에 차까지 끌고와서 만나면, 서로 정답게 담배 하나 바꿔물고 '오늘 나오느라 고생했수다, 거칠게 대해 미안했고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하는 확률이 99프로임...


4. 몇 명의 생각이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특정단어가 생겨나면 파급력은 한층 더 커지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던 불신이나 적대감을 외려 조장하곤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누군가를 비하하는 단어는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기분이 일시적으로 풀릴 지도 모르지만, 되레 내가 다른 말로 공격받을 확률이 높고, 그러면 다시 기분이 안 좋아질 것이고, 물어뜯을 생각할 것이고. 악순화의 반복이니까 지양하려고 한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지. 서로 좀 관용있게 대하는 일이 늘었으면 한다. 다양한 의견을 넉넉하게 끌어안지 못하고, 나와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고 보는 일이 많아서.. 말하기도 무섭고, 각박하게만 느껴진다. 둥글게 둥글게 살자. 둥글다고 페미니즘이 발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꼭 드세고 급진적일 필요는 없다. 여리고 완만할 필요도 없지만. 중간 정도로 하자 중간 ㅋㅋㅋ 중용.


5. 연애는 남녀가 서로 더 잘 이해하게되는 과정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서로 간의 크나큰 차이를 느끼기도 하지만, 포기하거나 내가 당한 사례1을 만인의 사례1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 의견을 주장할 수 있지만 과하게 공격적이지 않은 선에서 하면 좋겠다. 물론 보는 입장에서도, 조금 눈꼴시거나 불편하더라도 '그래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넘어갈 수 있을 것이고. 근데 써놓고 생각해보니, 나는 대략 긍정적인 입장이고 좀 많은 일들을 '그럴수도 있지' 나이브하게 넘어가는 성격이라 편하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열네살 차이나는 사람이랑 사귀어도 봤고, 유부남에게 유혹도 당해봤고, 연하랑 알콩달콩 사귀어도 봤고, 교수님한테 작업도 당해봤고, 잠수타는 놈들 셋도 만나봤고, 세다리 걸친 남자랑도 사귀어봤고, 야심가에 약간 이기적인 남자랑도 만나봤다. 그 순간에 기분이 나쁘거나 슬펐던 적은 있지만, 대체로 '난 여자로서 매력있어, 기분좋아' 상태였고. 헤어지고 난 후에는 사귀는 동안 있었던 불만들을 잘 가라앉혔고, 지금은 딱히 억하심정이 들지 않는다. 그 사람들도 그때그때 자기 좋을대로 감정적인/이성적인 선택을 한 것일테고. 그게 내가 바라는 결말과 달랐다고 원망할 이유는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계속 다음엔 괜찮은 사람 만날거야, 또 이번처럼 좋은 연애할거야 믿을 수 있었고. 지금은 행복하게 잘 지낸다. 보통 이런 마인드로 연애하는거 아닌가. 만약 내가 더 심한 상황 - 강간이라던가 폭력?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난 글렀어. 다음에도 연애 망칠거야, 세상엔 개같은 새끼들만 있어 이렇게 생각하고 포기했을까....? 흠... 안 겪어봐서 단정할 수 없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이 심하게 적대감이나 모욕을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감사하고 다행스럽다. 참고로 나는 스스로가 보편적인 케이스의 연애를 했다고 생각하고, 일반인보다 약간 더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자존감도 높다고 생각한다.


6. 그건 그렇고 오늘 어떤 이의 파혼 소식을 들었다. A가 집을 준비하고 B가 혼수를 해오기로 결정했다. A는 부모님의 도움을 조금 받고 대출을 껴서 1억 7천을 모았고 B는 통장잔고 1천에 혼수를 카드로 2천 정도 긁을 생각이었던 듯. 그런데 마침 서울 어귀에 2억 짜리 괜찮은 빌라가 나왔고, A가 B에게 혼수대신 3천을 대출+현금으로 해서 집을 산 다음. 살면서 가구 집기 천천히 바꿔나가자 라고 한 모양인데, B가 반대함. 자신은 절대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함. 빌라는 무조건 신축에 방 3개짜리 여야 한다고 말함. 그래서 결국 둘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헤어졌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겠고. 그냥 평등함의 관점에서 볼 때, 둘이 비슷하게 해오는게 좋지 않나 싶었다. 개인적으론 내가 덜 해오는 B 입장이라면, A가 나보다 더 많이 준비한 것이 고마웠을 듯. 그것보다 없이 시작할 수도 있는 마당에, 툴툴거리거나 타박하기엔 내가 준비한 것이 너무 모자르니깐.


7. 살기가 팍팍하니 조건 보는 것이다 하겠으나,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본다. 부모 세대에서 이어진 의식의 흐름 (남자가 더 많이 해오고, 여자가 덜 해오는) 도 얼마간 깨질 필요가 있다. 둘다 똑같이 돈 들여 키웠는데, 어느 쪽은 더해가고 어느 쪽은 덜 해오고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상함. 남자가 더 많이 주는 것은 물건을 비싸게 주고 사는 것과 같이, 여자를 상품화 시켜서 사오는 취급과 다름 없다. 그러니까, 더 많이 주는 남자를 바라는 것은 여자 입장에서 인생을 걸고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고. 그것은 둘이 사랑이라는 '화학작용을 넘어선 그 어떤 것' 에 빠졌다기 보다, 유전자에 아로새겨진 프로그래밍대로 움직이는 것 뿐이다. 내 자손을 남기려면 현 사회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그건 바로 돈 많은 사람이지 라는 뜻.


8. 종족번식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인간으로서 통제할 수 있는 이들 중 '돈' 이 없는 이들이라면, 그래서 결국 결혼을 포기한다. 구태여 할 필요가 없는, 손해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므로. 갑자기 리처드 도킨스가 제시한 밈 이론이 떠오르는데, 현재처럼 지속이 되면 결국 돈 많은 사람들의 유전자만 아래로 아래로 전해지겠지. 문화유전자마저도 돈에 종속되는... 돈이 유일한 승리자. 그러니 러브 앤 피스를 지향하는 분들, 정말로 사랑을 한다 하는 분들은 함께 사실 때 돈 문제를 극복하는 힘을 보여주시길 바란다. 아니 뭐 극복까진 아니더라도 서로 늘 배려해주면 되지 뭐. 혼수나 집준비도 배려의 문제인 것을. 애초에 사랑하면 어느 쪽이 얼마를 해오든지 그딴건 전혀 신경 안 쓰일것 같음. 조신 설화 정도로 파탄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열심히 살면 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 철저히 조건을 보고 만나는 거라면, 상대방 조건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좋을 때 잘 숙여주고 떠받들어줘라. 그러면 되지 뭐. 안 맞으면 6번 처럼 깽판 놓으면 된다. B 쪽에서 A 한테 타박을 한건 더 좋을 대우를 받고 싶다는 것이었고, 너 아니어도 이만큼 해줄 사람 있다는 항변이었을테니 A도 B도 각각의 길로 갈라서서 본인들 취향에 더 잘 맞는 사람 만나면 된다. 


9. 열심히 먹고 사랑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하게 구비되길 바란다. 최저 시급을 올려주는게 좋은 생각인지는 모르겠고, 최저 생활 계층의 생계비를 더 지원해주는 쪽이나, 복지 강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젊은이들이, 나이든 이들이, 맘놓고 연애를 하려면 다른 생활이 비교적 평탄해야 한다는 것.. 국가는 보육시설 더 만들어주고 일자리 많이 만들어주셈 :) 제발 종교세랑 종소세좀 늘리고. 여하튼 남녀 이야기니까 연밸 발행인데 다쓰고 보니 갖가지 잡소리를 섞어서 민망함. 역시 새벽에 술마시고 글쓰면 의식의 흐름대로 타이핑을 함........ㅋㅋㅋㅋㅋㅋㅋㅋ



소셜네트워크

1. 반절쯤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SNS를 얼마 전에 시작했다. 계정이라면 페이스북이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쓰질 않았다. 핸드폰 번호가 있는 주변 지인에게 나의 삶이 무턱대고 공개되는 것이 싫었다. 그러니까 나는 인터넷에선 좀 남다른 척. 아는 척도 하고 있는 척도 해야겠는데 페이스북이란 연락처를 기반으로 하므로 실제의 나와 너무 맞닿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냥 포기했다.

2. 주로 블로그가 내 취향을 잘 반영해주는 편이라 티스토리를 했는데, 지인들이 자꾸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하길래 조금씩 궁금해졌다. 그래서 트위터를 시작했다. 140자라 부담은 없는데 내가 하는 쓸데없는 소리가 다른 사람들한테도 가감없이 공유된다고 생각하니 무섭다. 알티라는 것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것인지도 알게되었다.

3. 그러다 회사의 업무 때문에 인스타 계정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들 스무명이 달려들어 좋아요와 팔로우를 하고 갔다. 이건 네이버의 이웃신청과 다를 바 없는 가벼움이지만 그래도 스무명의 엄지를 받았더니 뿌듯했다. 그러고서 유명한? 인기 인스타? 로 나온 페이지들을 둘러봤는데 맙소사였다.

4. 그건 그냥 적나라한 자기자랑과 허세의 폭풍이었다. 사진으로 말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벗고, 두르고, 웃고, 울고. 특히 한 승무원 분의 페이지가 눈길을 끌었다. 포토샵 티도 거의 나지않는듯 아주 예쁘고, 명품 의류만 입고, 해외 여행을 다니고, 맛있는 것을 먹고. 그러니까 나는 팔로잉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일상을 무제한 제공받는 것과 다름 없었다. 날 좀 봐요. 이렇게 예쁘고 탱탱해. 매일 여행다니고 애인이랑 행복하게, 흠 잡을 곳 없는 인생. 연출된 유토피아.

5. 많은 것을 느꼈다. 나역시 어디가서 지지않는 허세쟁이니까. 아마도 꼭 그렇게 남들에게 내 인생을 흔들어보일것 같았다. 머리로는 하나 부질없는 짓인걸 안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과 관심, 칭찬에 약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혹여 팔로잉 해주는 사람이 많으면 일시적으로 내 가치가 올라간 것처럼 착각할지도 모르지.

6. 그래서 아직은 인스타가 무섭다. 나를 잃어버리고 헛소리 하는 사람이 될까봐. 그래도 반절쯤은 궁금하고. 이걸 뭐 어떻게 재밌게 이용해 볼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페이스북 정말 똘똘한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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