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

1. 반절쯤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SNS를 얼마 전에 시작했다. 계정이라면 페이스북이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쓰질 않았다. 핸드폰 번호가 있는 주변 지인에게 나의 삶이 무턱대고 공개되는 것이 싫었다. 그러니까 나는 인터넷에선 좀 남다른 척. 아는 척도 하고 있는 척도 해야겠는데 페이스북이란 연락처를 기반으로 하므로 실제의 나와 너무 맞닿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냥 포기했다.

2. 주로 블로그가 내 취향을 잘 반영해주는 편이라 티스토리를 했는데, 지인들이 자꾸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하길래 조금씩 궁금해졌다. 그래서 트위터를 시작했다. 140자라 부담은 없는데 내가 하는 쓸데없는 소리가 다른 사람들한테도 가감없이 공유된다고 생각하니 무섭다. 알티라는 것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것인지도 알게되었다.

3. 그러다 회사의 업무 때문에 인스타 계정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들 스무명이 달려들어 좋아요와 팔로우를 하고 갔다. 이건 네이버의 이웃신청과 다를 바 없는 가벼움이지만 그래도 스무명의 엄지를 받았더니 뿌듯했다. 그러고서 유명한? 인기 인스타? 로 나온 페이지들을 둘러봤는데 맙소사였다.

4. 그건 그냥 적나라한 자기자랑과 허세의 폭풍이었다. 사진으로 말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벗고, 두르고, 웃고, 울고. 특히 한 승무원 분의 페이지가 눈길을 끌었다. 포토샵 티도 거의 나지않는듯 아주 예쁘고, 명품 의류만 입고, 해외 여행을 다니고, 맛있는 것을 먹고. 그러니까 나는 팔로잉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일상을 무제한 제공받는 것과 다름 없었다. 날 좀 봐요. 이렇게 예쁘고 탱탱해. 매일 여행다니고 애인이랑 행복하게, 흠 잡을 곳 없는 인생. 연출된 유토피아.

5. 많은 것을 느꼈다. 나역시 어디가서 지지않는 허세쟁이니까. 아마도 꼭 그렇게 남들에게 내 인생을 흔들어보일것 같았다. 머리로는 하나 부질없는 짓인걸 안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과 관심, 칭찬에 약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혹여 팔로잉 해주는 사람이 많으면 일시적으로 내 가치가 올라간 것처럼 착각할지도 모르지.

6. 그래서 아직은 인스타가 무섭다. 나를 잃어버리고 헛소리 하는 사람이 될까봐. 그래도 반절쯤은 궁금하고. 이걸 뭐 어떻게 재밌게 이용해 볼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페이스북 정말 똘똘한 놈들이다.

그동안 썼던 글을 쭉 보니까

1. 나란 인간은 어찌나 연애 상대방에게 불평불만이 많았는지.!죄다 불만스러운 글이라 돌이켜보게 된다. 물론 그때는 합리적인 불만이라고 생각했고 그에 기반해 이별했거나 차였는데. 좀더 나이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

2. 기독교에서 뛰쳐나온지 오래되었지만 '내 눈의 들보요 남 눈의 티끌이라.' 뭐 대충 이런 논지의 문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훌륭하고 흠없는 인간이 아닐진대 상대방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고 내 스타일로 갈아만들려고 한것 같다. 반성하자.

3. 남자친구는 결국 멋진 린넨셔츠 사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 남친이 모르는 부분은 내가 알려주고 내가 모르는 부분은 남친이 알려주면서 그렇게 연애하면 되지 뭐. 지금만 해도 남친이 나 알려주는게 더 많을걸 ㅇㅇ

4. 그러니까 결국 오늘의 요지는 반성하자임. 만약 신이 있고 내가 매번 소원하는 남친상을 알았더라면 지금쯤 뒷목잡고 요로케 말할듯. '이 가시나가 계속 남친을 업그레이드 해줘도 바라는게 너무 많네. 제발 요구사항은 프로그래밍할때 말해라. 디버깅 시키지 말고!!!!'

5. 남친 운전연습도 시키고 맛있는것도 요리해주고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예쁘다 멋지다 칭찬해주고 귀하게 여기고 그래야겠다. 둥글게 살자. 감사하며 살자. 나는 여전히 나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 기왕지사 감사함을 알고 겸손함을 아는 인간으로 살아야지.

나 지금 권태기에 빠진건가

남자친구의 장점

- 이해심이 많고, 상냥하고, 합리적이며, 관대하다. 적절한 밥벌이가 있고, 화목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예의바르고, 상식적이다. 책을 많이 읽고, 나의 변덕이나 행패(?) 도 잘 받아주며, 맛있는 것을 잔뜩 먹여준다. 우리 부모님께도 잘할것 같고 애도 잘 키울것 같다. 육아나 가사에 있어서 평등함을 잔뜩 보장해줄 것 같은 진보적인 마인드 풀셋. (예를 들어, 메갈리아 같은 사이트를 두고 얘기해볼 때, 극단적이긴 하지만  페미니즘 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해준다. 오히려 나는 보수적이라 여초 사이트의 안 좋은 예로 읽음) 덤으로 남자친구네 부모님 마인드도 진보적 (남치니가 꺼내놓은 가족 이야기를 들어봐선 그럴 것으로 추정) 담배도 안 피고 요리도 엄청 잘한다. 나보다는 청소를 못한다 하하.


남자친구의 단점

- 단어 선택 관련하여 극단적인 엄정함을 보여주는 것 (내가 특정 상황에 패러다임의 변화 라는 말을 쓰는 것에 대해 1시간 정도 치열하게 싸운 적 있다, 반박할 수 있는 논문이나 연구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추정치만으로 발언하는 것도 논쟁). 본인의 관심사를 내 흥미와 상관없이 마구 이야기 하는 것.(예전에는 책을 하루에 한권씩 추천했고, 지금은 부동산 레포트를 생각날 때마다 보내줌). 운전을 못함 (개선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현재의 수준으로 볼 때 운전연습 시키다가 싸울 확률이 농후) 그리고 하나더 (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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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위 권태기가 온 것 같다. 첫번째 권태기, 라고 적어야 할 것 같은 이유가 몇 있는데, 일단 나는 상대보다 내가 더 불타는 연애를 해왔었고, 각각의 연애 시기가 길지 않았었다. 아주 짧은 것도 아니지만 대개 6개월에서 2년 미만으로 사귄 경험이 많으며, 한번도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나? 걱정해본 적이 없는채로. 그러니까 권태기도 없는채로 연애를 해왔다.


2. 그러나 이번 연애에서는 남자친구가 나를 더 많이 좋아한다. 좋아해주는게 피부로 느껴지고, 나는 아예 나를 내려놓고 사귀므로 긴장감이 없다. 예전에 내가 좋아서 사귀었던 남자친구들이, 어떤 기분을 가지고 나를 대했을지 알것만 같다. 좋은 친구라는 건 알지만, 결정적으로 불타오르는 것은 없는. 갈급하지 않은 상대방.


3. 뭣보다 남자친구랑 애인이 아닌 채로 알고 지낸시간을 합치면 거의 2년 반이다. 문제는 그 기간 동안 카톡 달력을 보니, 한달에 5일 이상 연락 안했을 때가 없었다. 주로 남자친구가 내게 연락을 하고 내가 대꾸하거나 대답하는 식이었는데. 어쨌든간 달에 25일씩 꼬박꼬박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친구든 연인이든 무서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4. 그리고 지난 주에 깨달은 사실인데, 남자친구가 키가 꽤 작다. 안다. 키와 머리숱은 고칠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외모에 엄청나게 파이팅 넘치는 사람은 아니고, 그래서 상대방 외모를 신경 안 쓰는 부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너른 어깨랑 큰 키, 포근한 품은 로망이었던지라... 상대방 키가 작아서 곤란할 일이야 드물지만, 내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했을 때 날 들쳐업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만약 남자친구가 쓰러질 경우 내가 들쳐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여하튼 정확히는 모르지만 167-170 정도 되는데, 문제는 비율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좋아하는 하얀 린넨 셔츠에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를 입히려고 했었는데. 이 차림새가 남자친구 비율을 더욱 안 좋아보이게 만들더라ㅠ 물론 우리가 다른 옷차림이나 그런걸 시도해볼 수는 있지만, 한번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해버리니까. 섹슈얼한 느낌도 반감되고. 웃긴게 2세도 걱정된다. 난 그동안 2세가 나한테 엄마 닮아서 내가 어쩌구 저쩌구 불평하면 바로 내쫓고 출가시키려고 했는데 -_-;;;;;; 급걱정이 된다. (아 대신 얼굴은 내가 좋아하는 중국 스타일이고 스킨십도 잘 맞음)


5. 이성적으로 보자면 남자친구는 결혼하기에 참 좋은 사람 (다른조건>>외모) 이다. 그러나 감정적인 나는 왠지 모르게 자꾸만 키를 보게된다!!!!!!!!!!!!! 난 이성적인 인간이니까 이런 썩어빠진 마인드를 다스릴 수 있어 컨트롤할 수 있어 하고 외쳐보지만 왜 어려운건데 ㅠㅠㅠㅠ(어리고 예쁘고 적당히 착한 여자 찾아서 결혼하고 싶어하는 남자분들이 250% 이해되기 시작) 이대로 가면 올해나 내년에는 결혼 이야기 나올 것인데. 자꾸 확신이 안 들고 걱정만 든다. 상대방의 단점이 1도 안 보이는 콩깍지가 씌인 상태에서만 결혼이 가능한거 아닌가. 남자친구가 참 괜찮은 사람이고, 거기에 나를 참 많이 사랑해주는데 내쪽에서 그만큼 못 따라가서 초조하고, 울고싶다.


장동건 닮은 의사 선생님

1. 어제 집에 들어갔더니 어머니 표정이 몹시 묘하셨는데. 이유인즉슨 선 자리가 들어왔단다. 그래서 남자친구도 있는데 왠 선이냐고 여쭤보니까, 어머니 친구의 친구분이, 엄마를 보시더니 미인이라며 혹시 딸이 있느냐고 물어보시더란다. 몇살이고 뭐하냐고 자꾸 호구조사를 하길래 왜그러시는가 했더니 아들이랑 짝지어 준다고 (..)


2. 근데 어머니가 들어보니까. 가톨릭 의대? 나온 외과의사에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장동건 뺨치게 잘생겼단다. 상대방 집에서는 여자가 예쁘고, 얌전하고, 집에서 알뜰살뜰 살림하고 그 정도만 잘하면 된다고, 결정적으로 시어머니 얼굴에 '나 착함' 이라고 쓰여있었다고 -_-;;;;;;


3. 일단 여기서 간과한 것이 어머니가 미인 = 딸이 미인, 의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장동건 뺨을 치는데 키도 크고 성격도 좋고 잘생기기까지 한 남자가 있을지도 의문인데, 있다고 치면 과연 그런 사람을 그 나이까지 여자들이, 간호사들이 내버려 두었겠는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래서 여쭤보니 같은 직장 내에서 만나는건 뭔가 피곤하고. 자기는 수술하는게 정말 좋고. 그래서 그냥 집안일만 잘 봐줄 수 있는 '몹시 예쁜 여자' 면 된다고 (..)


4. 개인적인 생각인데 의사 분들은, 가정적인 여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 요즘도 부유한 집안에서 의사 사위를 보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 혹은 어머니께서 만나본 의사분들은 대개 집안이 이미 먹고 살만한 상태여서 본인 능력이 되는데 뭣하러 여자쪽에게 바라냐는 입장들이었다. 다만, 예나 지금이나 오지게 바쁘고, 의료수가는 너무나도 이상한 금액이기 때문에, 남편을 돈 버는 기계로 취급허지 않고, '가끔 집에 오는 남편, 휴일에 쓰러져 자는 아빠' 지만 상관없이 사랑하고 아껴주면 그게 최고다 - 라는 입장인것 같다.


5. 어무이께서 지금 하필 연애를 하고 있어서 이게 뭐냐고 투정부리시길래. 뭐 장동건 닮은 수려하고 키크고 능력좋은 의사 사위를 놓쳐서 (..상상속의 동물인가) 서운하신건 알겠는데. 그냥 내가 남자친구가 없다는 가정하에 생각해보다면. 그 정도 갖추신 분이 과연 왠만한 예쁨으로 만족할까 싶기도 하고. 정확히 어느쪽 서젼인진 모르지만 손 감각이 날카로운 40대까지는 정말 쉴새없이 바쁠게 아닌가 (..) 물론 휴일날 가끔 애를 '보고 갈 수는' 있겠지만.. 가사는 일백프로 내 책임이 되는 것인데, 나도 초보 와이프인 마당에 그이 맘에 들 정도로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될것 같다. 남편이 돈을 많이 번대봤자 살림하는 입장에서 내맘대로 쓸 수도 없을 것이고, 뭔가로 고민스러울때도 옆에 없으니 혼자 결정해야할테고. 즉 남편될 사람을 만나자마자 '사랑' 하지 않는 이상 '집사' 로 들어가는것과 다름없는데 흠 (아니 그렇지만 장동건이라면 바로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지..)  


5-1. 사실 엄마가 이런 사윗감을 선호하는 것은 내가 전문직이 아니어서 먹고사는데에 '지장이 있을것 같은 사람' 이기 때문이다. 나보고 늘 능력을 갖춰서 '혼자도 잘 살 수 있을만큼 자기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분이 왜 자꾸 '전업주부' 를 원하는 사윗감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다. 모순적이랄까... 딸이 자립한 여성상이길 바란다면, '결혼하고도 일하는 여자' 를 바라는 남잘 선호하셔야 하는거 아닌가.


6. 어쨌든 요즘 대중적인 어머님들의 생각에 예쁜나이 = 결혼하기 좋은 나이= 28살. 결혼하기 좋은 여자 = 얌전한 여자 구나 싶었다.  역시 여자는 나이가 깡패 ㅠㅠ 


7.  서른둘이 스물여덟을 바란다면... 내가 서른둘 되도 서른 여섯이나 마흔이랑 만나면 수요 공급 법칙이 맞는거 아닌가 -_-.......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입장인데. 주위에서 자꾸 결혼결혼하니 나도 걱정스럽다. 자평하건대, 나는 전문직도 아니고, 허영심도 많고, 아는척 있는척 허세부리는 것도 좋아하고. 원하는 부분에 있어서 고집도 세고. 아직도 하염없이 아이 같은데, 그런 내가 결혼을 하는게 괜찮은 일인가. 괜히 말짱한 남의 인생하나 망쳐놓는것은 아닌가 늘 우려가 된다.


8. 이런 부분을 남자친구에게 다 이야기하고, 우리집은 이러이러한 집이고, 오빠는 그에비해 너무 반듯한 사람이고, 나는 많이 부족해서 어떨지 모르겠다- 라고 얘기했더니. 괜찮으니깐 이왕 망칠거면 자기 인생을 망쳐달라고 한다 (..) 


9. 내가 괜찮은 인간인지 이상한 인간인지 바보같은 인간인지 분간이 안간다. 셋 모두 조금씩 가지고 있는것 같긴한데.. 나이가 들수록 장점의 비중이 커지길 바랄뿐이다. 현명해지고 단정하게 입고 예쁘게 말하고.. '나는 원래 이렇게 태어났어' 라고 포기하지 않고 모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을 자꾸 쇄신하는 사람이 되고프다. 지금은 그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남자친구라 고맙다.


10. '이해' 라는 것은 어려운 대목이다. 내가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게 가당키나 한가.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고' '감수' 하는 것이 이해와 가장 비슷한 정도의 느낌이지 않은가 싶다. 남자친구가 나의 많은 것들을 감수하고, 받아들이고, 끈기있게, 참을성있게 대해주듯 나도 그렇게 대할 수 있기를... 내가 그 사람에게 더 다정하고 따듯하고 배려심있게 굴 수 있기를 바란다.


11. 아니 근데 그냥 장동건 닮음 의사쌤은 한번 보기라도 하면 안되나영(..) 눈이 즐겁고 싶습니다!!!

나쁜 일도 나누는 사이

1. 이글루스 연애글 중에 둘이 만날 땐 좋은 이야기만 하라는 글을 읽었다. 회사에서 있었던 고충이나 친구들 험담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냐는 내용이었다. 나도 일하기 전에는 저런 이야기에 동의했었다. 영화나 정치나 종교나 사회의 다른 부분에 이야깃거리는 엄청나게 많으니까. 우리는 늘 좋은 이야기만 하하호호 웃으면서 하면되지 뭐.

2. 근데 살아보니까 꼭 그게 현명한 연애는 아니었다.... 설명하자면 '아니 내가 남자친구한테 이런 하소연도 못하나...' 의 느낌이다. 회사에서 생긴 트러블을 부모님께 이야기하면 걱정하실테고 직장동료랑 나누는건 위험하며, 그냥 친구들한테 털어놓자니 좀 뜬금없다. 그러니 늘 나랑 대화를 하고 내 상황을 아는 사람한테 털어놓게 되는 것이다.

3. 그밖에 다른 이야기들도 비슷한 패턴으로. 이런 이야기를 애인에게 털어놓을 때는 그냥 나의 대숲이 되어달란 뜻이다.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들을 수도 있고.. 이 사람에게 털어놓는다고 현상황이 달라지지 않음을 알지만 그냥 토해내는 것이다.

4. 상대방입장에서는 이게 굉장히 귀찮고 짜증날 수도 있겠는데.. 난 이걸 제대로 못해주는 애인과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면 연애의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가 이런부분이라서다. 정확히는 관심과 배려의 연속인데..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는 것, 그리고 내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는 것은 '관심'의 문제다. 내가 너의 상황에 이마만큼 관심이 있다는걸 보여주고 나아가 내가 당면한 관심사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게 귀찮으면 걍 좋아는 하는데 사랑은 하지않는 것이고 연애는 되도 결혼은 안되는 것이다.

5. 모든 연애가 깊을 필요가 없고, 모든 연애의 끝이 결혼일 필요도 없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결혼은 연애의 하드코어 버전으로.. 데이트가 매일매일 현재진행형이 되는 것인데... 고작 내 속내 하나 들어주지 못하는 사람과 하드코어 라이프를 잘 지켜나갈 수는 없을것 같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네 징징댐을 들어주지 못하는 애인과 결혼은 어렵다는 것. 물론 너무 많이 징징대면 그 전에 내쳐질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6. 좋은 얘기만 하고살 수 없다. 내가 사실은 개허세쟁이에 가진것도 부족하고 아버지께서 한때 날렸던 과거가 있고 어머니께서 아프시다는 사실... 뭐 그런것들도 어느순간 담백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괜찮은 애인 사이같다. 물론 그렇게 털어놓는게 쉬울리 없고 안아플리 없고 안두려울리 없지만. 상대방도 인간인 이상 어느 정도의 문제는 가지고 있을테니 다투고 실갱이를 하면서 니속내 내속내 드러내는 것이 좋다.

7. 내 전남자친구는 상당한 야심가로 우리집이 굉장히 잘사는 것으로 알았었다. 자신이 생각하는것만큼 부유한 재정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안 이후에는 굉장히 아쉬워했으며 '너'는 내조를 잘해줄것 같아 참 좋은데 집안관점으로 볼 때 결혼에 대해서는 좀 어렵겠다는 솔직한 답변을 주었었다. 자신이 일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처가의 몇촌친척까지라도 다 동원하겠다는 마인드의 사람이라 곧바로 수긍하고 이해했다. 그렇게 선을 긋고 만났기 때문에 외려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재밌게 딱 일년 사귄다음 헤어졌다. 헤어질땐 좀 속상했지만.

8. 그 후에 새로만난 남자친구는 나의 그런 마이너스적인 부분까지도 모두 이해해준다. 설령 내게 사채를 썼대도 갚아줄 의향이 있다는 남자. 말이라도 고맙고 기특하고 어쩔 수 없이 정이 간다. 제 귀염은 제가 받는다고 해야하나 :)

9. 남자친구는 돈에대해 늘 호탕하게 말하는것치고 굉장히 아끼는 사람이다. 십만원 가량의 미식은 하는데 실제로 그만한 물건을 사들이기 전에는 수십번 생각하는것 같다. 난 반대로 물건은 사는데 음식값은 아까워해서 ㅋㅋㅋㅋ 남자친구는 날 먹여주고 나는 남자친구에게 가끔 선물을 한다. 이런 남자친구가 오래도록 찾던 가방이 있었더랬다. 지금 매는 가방은 어깨 부분이 조금씩 낡아가는 것으로... 개인적으론 금융업 종사자가 이래도 되나 싶은 정도였다. 그도 그럴게 내가 아는 금융가 사람들은 악어가죽 백을 육백만원에 주고 사들인다거나 능력은 팔목에서 나온다며 제니스 시계를 덜컥 사들이는 이미지여서.... 남자친구의 검소함이 좀 신기했고 걱정스러웠다. 투자해주시는 분들이 실력이 아닌 옷차림을 본다면!! 가방바꿀 돈도 없나 하고 의심할까봐!!!!

10. 무튼간 딱 그 모델인 가방이, 텍만 제거한 상태로 중고나라에 등장해 2분만에 겟잇(키워드 올려놓음 ㅋㅋㅋ) 했다. 남자친구 집주소를 배송지로 써놓고 남자친구한테 미안한데 우리집에 못보내는 거라구 대신 택배 좀 받아달라고 쇼를 했다. 재밌는건 이부분인데... 그 택배 보내주시는 분이 최근에 보청기를 사셨는지..... 그 가방을 보청기 박스에 넣어서 보내주신거다. 상자를 받아본 남자친구는 크게 당황했고 혹시 내가 이른 나이에 청력을 잃어가는 중이 아닌지 걱정해주었다 ㅋㅋㅋㅋㅋ 만약 보청기를 써도 여전히 사랑할거라며 깨알 감동도 줌 ㅋㅋㅋㅋㅋ

11. 택배를 뜯어보라는 말 이후 사건은 남자친구의 폭풍감동(?)으로 훈훈하게 종료되었는데...(내가 gtx1080 받으면 보일법한 리액션이었다 ㅋㅋㅋㅋ) 결국 여러번의 연애를 통해 얻은 교훈은 내 부족함이나 병맛을 포함해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하니.. 좋은 이야기도 별로인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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